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뉴스1
'국민의힘 탈당설'이 제기된 홍준표 대구시장은 "내가 지난 30여년간 이 당을 지키고 살려온 뿌리인데, 탈당 운운은 가당치 않다"고 22일 밝혔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론에 "거취를 결정할지도 모른다"고 했다가 탈당설에 둘러싸이자 이를 일축한 것이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내가 탈당할 때는 정계 은퇴할 때나 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어 "이리저리 흘러 다니다가 한자리 꿰차고 이 당으로 흘러 들어와 주인인 양 행세하는 자들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일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도 원색 비판했다. 홍 시장은 "소위 언론에서 말하는 '찐윤'(진짜 친윤)이라는 사람들은 찐드기처럼 윤(윤석열 대통령)에 기생하는 진드기라는 뜻으로 언론에서 붙인 말인데, 정작 본인들만 그 뜻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는 건 부적절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에게 당이 한번 점령당했으면 됐지, 문재인 믿고 우리를 그렇게 못 살게 괴롭힌 어린애에게 또다시 점령당하란 말이냐"며 "올림픽 출전 좌절시킨 황선홍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을 시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배알도 없는 당이라면 해체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한국 정통 보수정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라며 "단순한 문장 하나 해독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참 아쉽다"고 했다. 자신의 '거취' 발언이 정치권에서 '탈당 시사'로 해석된 데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앞서 홍 시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지지자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비판하면서 "또다시 초짜 당 대표가 되면 이 당은 가망이 없어 나도 거취를 결정할지도 모른다"며 "우리를 지옥으로 몰아넣은 애한테 굽실거리기보다는 새살림 차리는 게 그나마 희망이 있다"고 했다. 이는 탈당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었다.

홍 시장이 이 글을 쓴 시점과 가까운 지난 19일에는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면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탈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가 있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이 보도로 한때 아수라장이 됐고, 친윤계 의원들은 곧장 진화에 나섰다. 일부는 때마침 탈당설이 제기된 홍 시장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박수영 의원은 지난 21일 밤 페이스북에서 "홍 시장님, 더 빨리 나가셔도 좋다. 아무도 안 따라 나갈 것"이라고 탈당을 공개 요구했다. '찐윤'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은 같은 날 TV조선 유튜브에서 홍 시장을 향해 "당의 입장이 분란이 오고 그런 말씀들은 이제 조금 줄여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일련의 과정을 놓고 봤을 때 홍 시장이 이날 저격한 친윤계 의원은 박 의원, 이 의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