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던 정보기술(IT)주들이 애플의 '깜짝 실적'에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부품을 공급하는 IT주들엔 특히 단비가 됐다. 하지만 증시의 '애플 효과'는 '양날의 칼'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에는 '라이벌' 애플의 독주가 부담이고,D램 사업의 장기 수익성에도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21일(한국시간) 발표되는 인텔 실적은 이런 측면에서 증시 향방을 결정할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애플 효과에 IT업종 반색

애플이 20일 발표한 3분기(4~6월 · 애플회계 기준)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매출은 28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고 순이익은 2배 수준인 73억달러에 달했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 17% 올라 시가총액은 121조801억원에 이른다. 인텔에 이어 애플 실적이 IT업황의 바로미터로 자리잡으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애플 효과'가 점점 부각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3.53%(2만9000원) 오른 85만1000원으로 마감,지난 5월2일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삼성SDI는 7.06% 반등한 17만4500원에 마감했고 LG디스플레이(4.80%) 하이닉스(3.64%)도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실리콘웍스가 4.41%,인터플렉스가 2.04% 오르는 등 IT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전기전자업종 지수는 3.39% 올라 전 업종 가운데 가장 큰 상승률을 나타냈다. 한 증권사 주식영업 관계자는 "IT주에 대해 부정적이던 기관들이 갑자기 그동안 미뤘던 매수 주문을 쏟아냈다"며 "주가에 탄력이 붙자 추격 매수 분위기까지 형성됐다"고 귀띔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부품주 수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 호조를 보인 것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공급하고 있고,삼성전자는 애플용 A4칩과 낸드플래시,삼성SDI는 2차 전지를 각각 생산한다. 디스플레이 부품을 공급하는 실리콘웍스,터치스크린업체 멜파스 등도 수혜주로 꼽힌다.

IT제품의 소비 증가는 반도체 등 부품 업황에 긍정적인 신호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이폰5' 등 애플의 신제품 출시도 예상돼 반도체 수요가 7~8월 크게 늘어날 조짐"이라며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모바일 D램의 수익성이 특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아이패드의 올해 판매량은 부품 공급 차질에서 벗어나면서 시장 컨센서스인 3200만~33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며 "애플과 삼성전자에 둘 다 납품하는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수혜주"라고 내다봤다.

◆2분기 실적 전망은 아직 암울

하지만 '애플 효과'가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PC와 TV 등의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D램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자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최근 하향 조정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57개 IT종목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18일 기준)는 4조2720억원으로 5월 초(5조5467억원) 대비 22.98%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최근 4조원 아래로 떨어져 평균 3조7000억원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IT업종의 구조 변화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등 모바일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이 PC보다 작아 부품업체 수익성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는 TV 수요가 회복될 전망이라 나쁘지 않지만,하이닉스에는 애플의 선전이 장기적으로 나쁜 뉴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탭'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에도 아이패드의 판매 호조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발표되는 인텔의 실적을 더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인텔은 애플과 비교해 하드웨어 등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