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 기업으로 평가 받아온 SK텔레콤과 포스코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조정 압력이 잇따르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때문이다.

무디스는 19일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경우 현재 'A2'인 신용 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이미 SK텔레콤의 등급 전망에 ‘부정적(Negative)’ 꼬리표를 달아놓은 상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12일 무디스와 같은 경고를 전달하면서 하이닉스 인수 여부와 상관없이 성장 전략에 대한 판단만으로도 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최근 1년새 두 차례나 강등시켰다. 지난달 30일 신용등급을 'A3'로 내려 LG화학 롯데쇼핑과 같은 줄에 세웠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비롯한 사업다각화 전략을 부정적으로 반영한 결과다.포스코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무디스로부터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A1)과 같은 평가를 받았다.

무디스가 SK텔레콤의 신용등급까지 떨어뜨리면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반기업 가운데 A1~A2 등급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A1)만 남게 된다.국가등급을 무디스보다 한 단계 낮게 잡은 S&P의 경우 아직까지 포스코 신용등급(A)을 국가등급과 같은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중장기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제 신평사들과 달리 국내 신평사들은 단기간 내 SK텔레콤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이들 회사가 여전히 국내 최상위 재무역량을 갖추고 있고,하위 업체와의 격차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와 국내는 등급 논리와 범위가 다르고,국내 최상위권 등급의 변별력도 높지 않아 등급을 조정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M&A 관련 부담이 얼마나 커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