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에 참여한 거액의 청약자금을 회사 측이 횡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회사가 한국 증시에 상장한 유일한 일본 회사여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네프로아이티는 오는 9월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한 홍콩계 외국 회사인 만다린웨스트의 박태경 부사장이 유상증자 청약증거금 149억원을 횡령했다고 공시했다. 자본금 7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횡령 사실이 공시되자 한국거래소는 19일 거래를 중지시키고 상장폐지 대상에 해당하는지 심사하기로 했다.

네프로아이티는 소액공모 방식을 통해 9억9999만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하기로 하고 지난 14~15일 이틀간 청약을 진행했다.

10억원 미만을 모집하는 소액공모는 주관사 없이 상장사가 직접 진행할 수 있으며 청약증거금을 은행 계좌에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할 필요도 없다. 이 점을 악용해 박 부사장이 회사 계좌로 들어온 투자자들의 청약자금을 그대로 들고 달아난 것이다.

통상 소액공모는 한계기업들이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인기가 없지만 이번엔 새 주인이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한 데다 신주 발행가가 1460원으로 1600원대 흐름을 보여온 네프로아이티 주가보다 10%가량 저렴해 14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2009년 상장한 네프로아이티는 한국 증시의 유일한 일본 기업이지만 이번 사태로 상장 유지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중국 기업들이 특유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디스카운트(할인 거래)되고 있는 데 이어 일본 상장사마저 횡령에 연루된 탓에 외국 상장사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액공모 제도의 취지는 살려야겠지만 허점이 드러난 만큼 투자자들의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안재광 한경닷컴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