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방위 물가잡기에 밀려 원가(생산비+투자보수비)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 현실화 계획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당초 지식경제부가 추진했던 다음달 '7%대 인상안' 대신 기획재정부의 '4%대 인상안'이 거론되고 있으며,이마저도 최종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더 낮아지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관계자는 "지경부는 7% 이상 전기료를 올리자고 하지만 재정부는 소비자물가(4%대)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 일각에서는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가불안 때문에 전기료를 현실에 맞게 인상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고 19일 말했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은 되도록 인상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며 "부득이하게 인상하더라도 시차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일반 주택용 전기요금을 2%가량 올리고 소비자물가와 상관없는 고압 산업용 전기를 약 6%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전기요금을 시간대별로 차등화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지경부는 한국전력의 재정난과 전력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전의 올해 전기요금은 원가의 86.1% 수준이다. 원가에 전기료를 맞추려면 16%가량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전날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글로벌 경제와 유가 등 여러 불확실성이 있고 물가 부담도 크다"며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겠다는 구상에서 한발 물러섰다. 앞서 7월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던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도 8월 이후로 미뤘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공공요금 가운데 통신비 다음으로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품목"이라며 "요금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이 1%포인트 인상되면 소비자물가는 0.045%가량 오른다. 정부는 다른 공공요금도 동결하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지경부는 지난달 한국가스공사의 5.6% 인상 요구에도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방 물가를 잡기 위해 인상폭 최소화와 인상 시기 분산을 핵심으로 하는 '지방 공공요금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재정부 관계자도 "지방 공공요금은 지역별 · 품목별 인상 시기가 겹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시장에 비축 물량을 값싸게 풀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장마 등의 영향으로 폭등한 고등어 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 중인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 400여t을 도매 가격보다 30% 싸게 공급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전기요금을 비롯한 각종 물가대책 마련을 위해 2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물가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21일에는 당 · 정 · 청 고위 간부가 참여하는 물가관련 회의를 국회에서 열 계획이다.

주용석/서욱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