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주식워런트증권(ELW) 사업에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했다. ELW 시장의 불공정 논란이 쉽게 수습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음달부터 ELW에 도입되는 기본예탁금도 파생영업 전반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23일 45개 ELW 종목을 끝으로 신규종목 상장을 중단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위축된 데다 투자자들의 신뢰도 땅에 떨어진 상태"라며 "신뢰가 회복되는 시점에 다시 발행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MC투자증권은 검찰의 ELW 수사가 속도를 내던 지난 5월24일 유동성 공급자(LP) 역할도 함께 하는 자체 발행을 멈췄다. 이달 중 ELW 발행 재개를 검토 중이지만 자체 발행보다는 외국계 증권사 등 다른 LP에 물량을 넘기는 '제3자 발행'이 유력하다. 이번 기소에서 제외된 메리츠종금증권도 제3자 발행으로 선회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을 다른 증권사에 맡기면 ELW 수익 원천이 사라지는 대신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며 "지금 시장 상황을 감안해 무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6000여개에서 연말 9000여개로 급증했던 ELW 상장종목 수는 최근 1만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증가세가 꺾였다. 증권사의 발행 경쟁이 주춤해진 배경은 또 있다. 다음달부터 ELW 신규 투자자를 시작으로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도입된다. 지난해 하루 2조원을 기록할 정도로 활황이었던 ELW 거래량은 이달 하루 평균 1조4000억원대로 위축된 상태다.

한 증권사 LP는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들이 공판 이후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예탁금까지 도입되면 거래가 더 위축될 것"이라며 "분위기가 얼어붙자 다른 업무를 알아보는 LP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