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 미치 맥코넬 의원은 최근 정부 부채한도 증액 논란에 관한 새로운 안을 내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채 한도를 증액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싸움에서 2012년 대선까지 일방적이면서도 혼란스러운 재정 운영을 눈감아 주느냐,아니면 2010년 공화당이 주장하고 나섰던 부채한도 증액 불가 원칙을 완고하게 지켜나가느냐의 선택을 앞두고 있다.

공화당이 고를 수 있는 첫 번째 카드는 4조달러의 재정적자 삭감을 제안한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빅딜'이다. 의료보험 수혜자 감소와 큰 폭의 증세가 뒤따른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부채한도 증액 불가 입장에 대한 주장을 거짓말로 만드는 것은 물론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과장할 것이고 지지자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두 번째 선택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내놓은 지출 삭감안이다. 이를 용인한다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 계획이 다음 정부까지 이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라 주장할 것이다. 물론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계획이 속임수이고 자신들에 대한 조롱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출 감축자로서 자신을 포장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공화당이 부채한도 증액에 합의하지 않아 미국을 디폴트에 빠뜨리는 경우다. 내달 미국이 디폴트되면 오바마 대통령은 실업률 상승 등 예상되는 모든 문제가 부채한도를 조정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떠넘길 것이다. 결국 미국이 맞이한 위기의 책임에서 공화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 디폴트로 인한 혼란이 생기면 공화당 역시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모든 선택지를 고려해 보면 왜 맥코넬 상원의원이 한발 물러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제안을 했는지 답이 나온다. 집권 3년차인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1조달러의 부채한도 증액과 증세를 하는 과정에 대해 지켜보자는 것이다. 부채관리가 실패해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을 재선시킬 경우 방탕한 재정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겠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공화당 의원들은 2010년 미국의 지출문제를 즉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공화당 혼자 이끌어가지 않았다.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과다한 지출과 부채한도 상향 조정을 묵인했다. 공화당은 그들이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있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지출 삭감과 높은 세금,공화당이 자신의 정책을 뒤따라 오길 바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사실 문제가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실패한 경제를 같이 짊어지든지 위기에서 벗어나든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킴벌리 스트라셀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 정리=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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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칼럼니스트이자 《여성을 버려라(Leave Women Behind)》의 저자인 킴벌리 스트라셀이 '공화당의 진짜 부채안 선택(The Real GOP Debt Choice)'이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