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세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합작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정체 상태에 들어섰거든요. 한국과 함께 제작하면 수많은 아시아 국가에 판매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좋은 프로젝트를 찾고 있습니다. "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업체인 도에이애니메이션의 오야마 히데노리(大山秀德 · 65 · 사진) 경영전략본부 부본부장 겸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3일간 일정으로 개막된 '2011 아시아애니메이션 포럼(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에 주제발표자로 나선 그는 1965년 메이저 영화투자배급사 도에이에 입사,1995년 자회사인 도에이애니메이션으로 옮겼다. 게이오대 경제학부 출신인 그는 일본 내 콘텐츠 투자 배급 전문가로 꼽힌다.

"도에이가 KBS와 합작한 '태극천자문'은 성공 사례입니다. 편당 1500만엔(2억원)짜리 39부작을 양사가 절반씩 부담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8년 인기리에 방영됐고 일본에서는 아직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디즈니와는 2007년 '로보디즈'를 합작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 방송했습니다. 미국 카툰네트워크와는 '파워퍼프걸즈 Z'를 합작했고 중국 SMG와는 일본 작품 '이큐상'을 극장용 장편으로 리메이크해 내년에 중국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입니다. "

이들 합작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방영권 판매와 캐릭터 사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된 지 7~10년 후에야 결산이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이 수익을 낼 것으로 그는 낙관한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짧다는 점을 들어 합작 애니메이션이 양국에서 모두 잘 팔려 시장을 키우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크게 두 가지 요소를 본다. 타깃이 확실하고 스토리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아용 애니메이션 '프리큐어'는 3~6세 여자 아이들이 반드시 봅니다. 7세가 되면 보지 않아요. 타깃은 좁지만 충성도가 높아 7년째 장기 방영하고 있어요. 반면 11년째 방송 중인 '원피스'는 초등학생부터 30세 남녀들이 모두 볼 수 있습니다. 타깃을 넓혀 성공한 드문 사례지요. 출산이 줄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처럼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입니다. "

도에이애니메이션은 지난해 극장용 3편과 방송용 200여편을 제작해 매출 266억엔(3550억원),순익 27억엔(360억원)을 거뒀다. 그러나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2006년 30억달러(3조1700억원)를 정점으로 2009년 27억달러로 감소세여서 해외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는 한국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 성공 사례가 나타나지 않은 데 대해 "한국의 실사영화(실제 장면을 촬영한 영화)는 완성도가 높고 흥행 실적도 좋다"며 "실사영화에 참여한 작가와 제작자들의 재능을 애니메이션에 접목해 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