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수요에 맞춰 전국 대학의 학과별 정원을 조정하고 국 · 공립대와 사립대 간 역할을 나누는 게 진정한 구조조정이죠."

이현청 상명대 총장(63 · 한국대학총장협의회장)은 지난 주말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부실 대학을 몇 개 지정해 문닫게 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장은 "상명대가 1996년 남녀공학으로 바뀐 지 16년이 지나면서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이미지도 개선됐다"며 "특성화와 글로벌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한양대(교육학 석사)와 미국 서던일리노이대(교육학 박사)를 나온 이 총장은 8년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낸 교육전문가다. 세계 3대 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랐고,영국 국제인명센터로부터 '세계 100대 교육자'로 선정됐다.

◆"국 · 공립,사립대 간 역할 분담해야"

이 총장은 대학 구조개혁 방법으로 "대학별 구조조정보다는 학문 분야별 정원 조정과 역할 분담이 바람직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정 부실 대학을 문닫게 하는 것보다 인력 수급과 학문별 수요에 따라 전체 대학 정원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력 수급과 시대 흐름,미래 수요 등을 전체적으로 감안한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 · 공립과 사립대 간 역할도 분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총장은 "국 · 공립은 돈 많이 들고 사회적 수요가 적은 순수학문 쪽을,사립대는 수요가 많고 재정이 적게 드는 응용학문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값등록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이 총장은 '반값등록금'이라는 용어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 모든 대학의 등록금이 같게 책정돼 있어야 반값이라는 말이 성립된다"며 "대학과 학과는 물론 국립과 사립대,서울과 지방대,이공계와 인문계 등에 따라 다른데 어떻게 일괄적으로 반값을 적용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총장은 "어떤 형태로든 체감 등록금 부담을 줄여줘야 하지만 대학의 자구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사학진흥법을 만들어 정부가 경상비 일부와 장학금,건축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등록금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한 뒤 교육과학기술부와 조율을 거쳐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전 사회와 모든 국가 기관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차별화된 글로벌화로 승부"

이 총장은 상명대의 강점으로 '시대에 맞는 변화'를 꼽는다. 2008년 4월 부임한 이 총장은 중장기 비전인 '스마트 2015'에 따라 교양교육을 여러 학문을 합친 융복합 위주로 바꿨다. 이 총장은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디자인 등 문화예술 분야에 감성디자인을 접목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며 "세계적인 감성공학 전문가를 초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 · 무형문화재가 강의하는 '명인강좌',각 분야의 달인들을 초청하는 '성공학 · 실패학 강좌',각국 대사가 강사로 나서는 '대사 강좌' 등도 만들었다. 2009년에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교수 업적평가 결과와 순위를 공개,대학가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내년부터 서울과 천안캠퍼스의 일부 단과대를 통합,학생들이 교차수강과 다전공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 총장은 "12개 해외 대학과 복수학위제를 운영하고 있고 4개 대학과는 추진 중"이라며 "외국인 학생을 단체로 데려와 교육시키는 '정보기술(IT) 패키지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