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한국에 상장돼 있는 네프로아이티가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대규모 횡령 혐의가 발생, 퇴출 위기에 몰렸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네프로아이티는 만다린웨스트의 박 모 부사장을 횡령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네프로아이티에 예치된 유상증자 청약증거금 149억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거래소는 곧바로 네프로아이티의 주식 매매거래를 정지시키는 한편,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가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네프로아이티 관계자는 "박 부사장이 청약증거금을 갖고 도주했다"며 "각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신청한 상태여서 실제 횡령 금액은 40억~5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이 속한 만다린웨스트는 최근 네프로아이티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한 회사다. 네프로아이티 최대주주 네프로재팬은 지난 5일 보유주식 160만주(지분율 24.24%)와 경영권을 28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경영권 양수도 계약과 함께 네프로재팬과 만다린웨스트는 10억원 미만의 소액 유상증자에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네프로아이티는 이달 중순 9억9900만원 규모의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이 공모에 수 백억원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부사장이 이 청약증거금을 횡령했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 경영권이 넘어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회사 계좌에 예치된 자금을 양수인 측이 마음대로 빼내 썼다는 주장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네프로아이티에 따르면 경영권 양수도 계약에 따른 매각 대금 지불은 일절 이뤄지지 않았고, 신규 경영진 선임도 안 된 상황이다. 네프로아이티는 내달 25일 주주총회를 열어 만다린웨스트 측 인사를 경영진으로 선임할 계획이었다.

횡령 혐의가 불거지면서 일반공모에 참여했던 투자자 피해도 우려된다. 회사 측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보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서다.

증권 유관기관은 당사자 간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오영탁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팀장은 "피해 투자자 보상과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회사가 풀어야 할 사안이며, 이 문제에 거래소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네프로아이티가 상장 폐지라도 되면 일반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휴지조각'이 된다.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들이 현재 보유 중인 네프로아이티 주식은 전체 주식의 절반 가량인 300만주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