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에 대한 2차 재무건전성 심사(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왔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유럽 재정 위기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평가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15일(현지시각) 이번 테스트 결과 모두 8개 은행이 핵심 자기자본비율(Ccre Tier 1) 최소 기준인 5%를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소 기준에 부족한 핵심 자기자본은 모두 25억 유로로 집계했다.

애초 시장에서는 대체로 10~15개 은행이 부적격 판정을 받을 것이며 탈락 은행들이 추가로 마련해야 할 자본은 최소 100억 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이번 결과는 일단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김철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평과 결과에 대한 논란에도 지난 3개월간 과도했던 스트레스는 일정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특히 480억유로 규모의 이탈리아 재정감축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이탈리아 은행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며 유럽 재정위기의 위험 강도가 점차 약회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효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테스트 결과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겠지만 향후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전체로 확산하기보다는 일부 개별 은행에 집중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8개 은행과 별도로 16개 은행이 핵심 자기자본비율이 5%∼ 6%를 나타내며 평가를 간신히 통과하는 등 시장의 위험요소는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긍정적이었으나 재정위기 및 금융시스템 불안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핵심자본 비율 7% 이하의 은행비중이 전체 50%가량을 차지하는 등 전반적인 유럽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은 탁월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표가 시장의 위험을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면서 증권업계는 21일 개최 예정인 유로존 특별 정상회담을 주목하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런저런 논란이 있겠지만 2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스트레스 테스트가 어차피 금융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검토 조치임을 감안하면 예정된 결과이며, 시장의 관심은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타협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유로존 문제는 그리스 사태의 해결 양상에 달려있다"며 "금주 중 그리스 문제의 해결이 가시화된다면 재정위기의 확산이 방지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 테스트의 신뢰성도 일부 보장되면서 유럽 금융기관에 대한 우려도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17개 회원국 정상들은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회담을 열 예정이다.

그동안 그리스 구제 방법을 둘러싸고 독일과 네덜란드, 핀란드 등이 다른 국가들과 이견을 보이면서 미뤄지던 정상회담 개최는 의견 접근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