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전 세계인을 열광하게 만드는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빅'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올림픽의 첫 행사는 성화봉송이다. 전 세계를 돌면서 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성화봉송에 참여하는 유명인들의 가슴엔 'SAMSUNG'이란 파란색 로고가 새겨져 있다. 또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옆에는 제품홍보관을 세우고 경기장 곳곳에 '삼성 제품'을 알리는 광고판도 배치할 수 있다. 삼성이 전 세계 10여개 기업만 참여하는 올림픽 공식후원사 중 한 곳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 기업은 단연 삼성그룹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스폰서를 맡는 등 전방위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에는 스포츠 마케팅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오랜 스포츠 마케팅 경험은 이번 평창올림픽 유치전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삼성이 스포츠 마케팅에 눈을 뜬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당시 올림픽 지역 후원사를 맡으면서 삼성은 '동아시아의 작은 전자회사'란 이미지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이건희 회장이 1997년 4500만달러를 들여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전까지 올림픽 후원사는 비자(Visa),IBM,코카콜라,코닥 등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선진국 초일류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때부터 공식후원 활동을 시작한 삼성의 올림픽 마케팅 효과는 놀라웠다. '중저가 가전 브랜드'였던 기업 이미지는 올림픽 후원 이후 휴대폰과 디지털 기기를 만드는 '첨단 정보기술(IT)기업'으로 바뀌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삼성이 올림픽 후원활동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얼마나 높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베이징 올림픽 개최 직전 11.4%였던 삼성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올림픽 이후 21.2%로 급등했다. 미국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 브랜드 조사기관 인터브랜드가 공동 발표하는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도 올림픽 마케팅 효과는 확연히 나타난다. 1999년 순위권 밖이었던 삼성 브랜드는 2000년 43위에 오른 데 이어 2005년엔 일본 소니를 제치고 아시아 기업으로는 가장 높은 20위에 올랐다. 작년 순위는 19위,금액으로 환산한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195억달러에 달한다.

올림픽뿐만 아니다. 삼성은 1998년부터 작년까지 네 차례의 아시안게임을 공식 후원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을 통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스폰서로도 활동 중이다.

축구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인 첼시FC를 후원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축구팬을 상대로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