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5곳, 그리스 2곳, 오스트리아 1곳 등…유럽 재정 위기 우려 완화에는 역부족일 듯

8개 중소형 은행이 유럽연합(EU) 내 21개국 90개 은행을 대상으로 벌인 제2차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리스 국채 보유액이 많은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을 포함해 유럽 주요 은행들이 모두 유럽금융감독이 가정한 유럽 재정 위기 악화 시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평가 기준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이번 발표가 최근 고조된 유럽 재정 위기 우려를 모두 누그러뜨리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15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테스트 결과 모두 8개 은행이 핵심 자기자본비율(Ccre Tier 1) 최소 기준인 5%를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소 기준에 부족한 핵심 자기자본은 8개 은행을 합쳐 모두 25억유로로 집계됐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은행들은 스페인 방코 파스토르를 비롯해 저축은행 및 소형은행 5개, 그리스 국영 농업은행과 EFG 유로뱅크 은행, 오스트리아 폴크스방켄 등 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들 은행은 오는 9월까지 자본확충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미 각국 정부가 탈락하는 은행들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8개 은행과 별도로 16개 은행이 핵심 자기자본비율이 5%에서 6% 사이를 나타내며 평가를 간신히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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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상황을 가정해 평가한 전체 90개 은행들의 핵심 자기자본비율은 7.7%로 나타났다.

한편, 신용평가회사들이 일제히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 수준으로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그리스에 대한 채권이 많은 프랑스와 독일 은행들은 모두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또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그리고 영국과 이탈리아 은행들도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테스트 대상 전체 은행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는 982억유로로 집계됐으며 이 중 67%는 그리스 은행권이, 9%는 독일 은행권이, 8%는 프랑스 은행권이 각각 보유했다.

이에 따라 이번 테스트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조짐이다.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국가신용등급이 4단계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평가한 이번 테스트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일례로 이번에 적용된 그리스 국채의 상각률은 어떤 형태로든 디폴트가 불가피해 보여 액면가의 최대 50% 상각이 예상된다는 시장의 계산과 상당한 격차를 지닌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테스트는 아일랜드 은행에 모두 합격점을 줬으나 결과 발표 이후 아일랜드가 은행권 부실로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다만, 올해 테스트는 은행들의 이익전망치, 자본확충의 질을 비롯해 작년보다 훨씬 많은 세부 정보들을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번 테스트 결과 공개가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인 유럽 재정 위기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에는 한계를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