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노조의 파업이 은행권 최장기 파업 기록을 경신했다. 이 은행 노조원들의 '휴양 파업'으로 고객 불안이 커지면서 예금 이탈 규모가 1조원에 육박했다.

SC제일은행 노조의 총파업은 지난달 27일 시작해 15일로 19일째를 맞았다. 2004년 한미은행 노조가 18일간 벌였던 파업을 뛰어넘는 은행권 최장기 기록이다. 당시 한미은행 노조는 새로 대주주가 된 씨티그룹 측에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SC제일은행 파업이 장기화하는 이유는 개별 성과급제 도입을 둘러싼 합의가 쉽지 않아서다. 사측은 성과가 저조한 일부 직원에 대해 기본급 인상률을 다른 직원보다 낮춰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측은 은행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장 내년부터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파업 형태를 놓고서도 말이 많다. 노조원 2700여명이 강원 속초의 한 휴양형 콘도에 모여 숙식을 해결하고 있어서다. "평균 연봉 8500만원을 받는 노조원들이 파업도 휴양지에서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파업에 참가한 한 노조원은 "단체로 지방 콘도에 모여 있는 이유는 노조원 이탈을 막자는 차원"이라며 "금방 끝날 것 같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업 장기화로 예금이 이탈하고 있다. 파업 시작 이후 이날까지 총 9800억원가량 인출됐다. 43개 지점의 일시 폐쇄 이후엔 하루 2000억~3000억원 정도가 빠져나가고 있다. 이 은행의 총 수신이 46조원가량이므로 2% 이상 이탈한 셈이다. 예금 이탈 사태가 빚어지자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의 시장점유율과 순이익이 줄어왔는데 이번 파업까지 길어지면 결국 상처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며 "노사 모두 한 발씩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