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회의서 외환보유액 상한 설정방안 재등장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과 서방 주요 선진국들이 환율과 외환보유액 등을 놓고 G20(주요20개국) 무대에서 여전히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서방 선진국들은 중국 등 신흥국을 겨냥, G20 각국이 과도한 외환보유액 축적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과 우리나라 등은 위기가 닥쳤을 때 금융·외환시장의 급변동을 막기 위해 적절 수준의 외환보유액 축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9~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G20 재무차관·중앙은행부총재 회의를 앞두고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은 실무자급 회의에서 G20 각국이 외환보유액의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회람했다.

G20 거시경제 프레임워크 실무그룹의 의장국을 맡은 캐나다의 이 같은 제안은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보유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선진국들은 그동안 G20 무대에서 중국 등 경상수지 대규모 흑자국이 외환보유액을 과도하게 축적해 미국 국채 등에 대규모로 투자해 금융시장에 거품을 만든다고 비판해 왔다.

반면, 중국과 우리나라 등 신흥경제권의 대표주자들은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 축적은 불가피하며 오히려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외환보유액과 더불어 환율문제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10월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된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이행'과 '경쟁적 평가절하 자제'라는 일반원칙과 관련해 미국 등 선진국들은 경상수지 흑자국인 중국에 대해 끊임없이 이 원칙들을 환기시키며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고 있는 것.

지난 2월 파리 재무장관회의에서도 G20은 중국의 반대로 실질실효환율(교역비중과 인플레를 고려한 환율)과 외환보유액 등은 `대외 불균형' 평가지표에 포함하지 않은 대신 공동선언문에 "다만 환율정책, 재정정책, 통화정책들을 적절히 감안하도록 한다"고 다소 모호하게 적시했다.

이후 G20 실무자급 회의에서는 환율과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계속 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차관급 이상의 고위급 회의석상에서는 서로의 눈치를 살피느라 `난상토론' 수준까지는 아직 이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전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캐나다가 실무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외환보유액 상한 문제를 제시한 바 있지만 G20 재무차관 회의에서 그런 내용은 거론되지 않았다"며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 입장차가 있는 민감한 내용이라 서로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외환보유액 문제 등이 G20 장·차관회의 또는 정상회담에서 공식 의제화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현재 3천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축적, 금융위기 이전보다 400억달러 이상을 더 쌓은 상태라 선진국으로부터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상한 설정 논의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지난해 어느 정도 (논의를 더 진행하지 않기로) 정리된 문제"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들이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축적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일종의 `안전판'으로 인정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