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는 1982년 설립된 신한은행이 핵심 계열사다. 은행 자산 기준 3위(215조원)의 금융지주회사로 은행 신용카드 보험 증권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금융그룹이다. 신한은행은 재일동포들이 일본 현지에서의 규제 때문에 사업 확장이 어렵자 1977년 '재일한국인 본국투자협회'를 만들면서 설립의 '씨앗'이 뿌려졌다. 본국투자협회는 같은 해 7월 한국에서 자본금 5억원으로 단기 금융회사인 제일투자금융을 세웠다. 이후 1981년 은행 설립 인가를 받은 뒤 1982년 신한은행을 창립했다. 1982년 제일투자금융의 이희건 회장을 포함,총 34명의 위원으로 구성한 은행설립위원회에서 김세창 씨를 초대 행장으로 영입하고 자본금 250억원,점포 3개,직원 280명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성공적 인수 · 합병으로 '금융 빅뱅' 선도

신한은행이 계열사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금융그룹의 모습을 완성해 나간 것은 2000년 이후부터다. 2001년 신한맥쿼리금융자문을 설립했고 2001년 9월 지금의 신한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이후 2002년 한 해 동안 옛 굿모닝증권 인수,신한신용정보 지주회사 편입,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출범 등 금융그룹의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신한금융은 '마이너 금융회사' 취급을 받았다. 거대 금융사로 발돋움한 것은 2004년 이후 국내 금융사에 기록될 대형 인수 · 합병(M&A)에 잇따라 성공하면서부터다. 2003년 100년 전통의 조흥은행을 인수해 2004년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총 자산 160조원 규모의 2위 은행이 됐다. 당시 1위는 국민은행이었다.

신한금융은 2007년 LG카드를 인수하면서 또 한번 금융 빅뱅을 선도했다. 신한카드를 출범시킨 지 1년 만에 성공적인 M&A로 아시아 1등 카드사로 발돋움했다.

신한금융의 최대 장점은 자회사들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금융그룹은 수십개 자회사를 두고 있지만 수익의 80~90%를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은행과 카드를 중심으로 자회사들이 고르게 이익 규모를 늘려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했다.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1분기 기준 자산이 251조원으로 신한금융 자산의 77%에 달한다. 신한카드가 21조8000억원의 자산으로 계열사 내 두 번째다. 신한카드는 2002년 6월 신한은행에서 분사돼 2006년 4월 조흥은행 카드사업부와 통합한 뒤 이듬해 10월 LG카드와 합병했다. 1300만명에 달하는 고객을 보유해 아시아 1등 카드사로 성장했다. 자산이 11조9000억원으로 은행과 카드에는 못 미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신한생명도 주목 대상이다. 금융위기로 인한 보험업계의 전반적인 판매 실적 감소에도 불구하고,영업조직을 확충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증권으로 출발해 굿모닝증권을 M&A하면서 자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프라이빗에쿼티는 금융권 최초의 PEF 전문운용회사다. 신한캐피탈은 선박 자동차 등 기계설비 리스 및 할부금융 대출 팩토링 기업구조조정업무(CRC) 벤처투자 등 전문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주식형 펀드 등을 판매하는 회사다. 신한은행이 100% 주주다. 신한데이타시스템은 1991년 설립돼 금융 정보기술(IT) 서비스를,신한맥쿼리금융자산은 기업 및 고객 자산운용 서비스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비(非)은행 부문 성장 가속도 기대

최근 불거진 최고경영진의 불미스러운 사태로 신한금융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한동우 회장 등 새 경영진은 차별화한 성장전략 마련을 위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신한금융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보유하고 있고,증권 보험 등 비은행권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 ·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비은행권의 추가적인 성장 필요성이 여전히 높다.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것에서 보듯 신한지주는 비은행 부문 성장을 위한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 초로 예정된 LG카드 인수 당시 발행한 상환우선주 상환 부담은 비은행 부문 확장을 위한 대형 M&A를 고려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의 연간 순이익이 3조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또 다른 비은행권 M&A의 중심에 서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올해도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2분기 실적에서는 은행의 가장 큰 수익원인 이자와 수수료 수익이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2분기부터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의 원화 대출이 늘어나고,금리 인상 등에 따라 순이자마진(NIM)도 소폭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는 민간 소비지출이 늘어나면서 양호한 수익 증가가 기대된다.

또 현대건설 지분 매각 이익이 신한금융의 2분기 순이익을 크게 확대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에도 비씨카드 지분 매각 이익 등이 실적에 잡힐 예정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기대되는 것과 달리 신한지주는 저평가 상태로 보인다.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3.2%에 달할 전망임에도 연말 기준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올 하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호재다. 상반기 신한금융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던 건설 및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으로 판단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 jaewoo79.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