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약가 인하 드라이브에 맞서 국내 제약회사들이 '결사반대' 연판장을 돌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194개 국내 제약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약가 인하 정책을 2014년 이후로 유예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판장을 발송했으며 80여개사 대표들이 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협회 측은 100여곳을 넘는 제약사들이 서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CEO들의 반대 서명을 받은 뒤 청와대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국회 등에 호소문을 제출할 방침이다. 제약업계 CEO들이 이처럼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협회 관계자는 "해외 출장 중이거나 소규모 제약사 대표를 제외한 대다수 제약사 CEO들이 반대 서명에 동참할 것"이라며 "업계 분위기는 참담함을 넘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발단은 지난 6일 복지부 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마련한 약가 인하 방안이다. 정부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을 현행 80%에서 70%로 낮추고 1년 후에는 다시 50% 수준으로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잠정 확정했다. 또 제네릭(복제약) 가격도 현행 68%에서 56~59.5%로 낮추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50%까지 내리기로 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가격을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가격이 같다면 소비자들이 제네릭보다 오리지널을 선호하게 돼 제네릭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사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중견 제약사 대표는 "파격적인 약가 인하 정책으로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액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어 고사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사 대표는 "제약업계의 연구 · 개발(R&D) 토대가 되는 수익원을 정부가 무너뜨리면 신약개발을 통한 수출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