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이전 불발 첫 사례
- 우량 코스닥 기업 묶어두기 속내 관측

코스닥에서 코스피(유가증권) 시장으로 우량 상장사들이 줄줄이 짐을 싸는 가운데 이전이 불발된 첫 사례가 나왔다.

코스닥 우량기업부 소속인 심팩메탈로이(SIMPAC METALLOY)는 지난 5월 13일 접수한 주권예비심사청구서에 대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가 '미승인' 통지를 했다고 8일 공시했다. 형식적인 요건은 다 갖췄지만 질적 요건에서 일부 미비된 사항이 발견됐다는 게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코스닥 상장사가 코스피 이전을 신청했다가 불발된 것은 2005년 양 시장이 통합돼 한국거래소로 합쳐진 이후 처음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심팩메탈로이는 질적요건 중 하나인 투명성 부분에서 일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서 "단기간에 개선되긴 힘들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시장 이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팩메탈로이 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김학형 심팩메탈로이 전무는 "거래소로부터 이전 미승인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다"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다시 이전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10월 코스닥에 입성한 심팩메탈로이는 합금철 제조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1966억원, 영업이익 279억원, 순이익 248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코스닥시장 내 우량기업부에 속해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상호를 변경하는 등 이미지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코스피 이전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업 영역이 전통적 굴뚝산업이어서 벤처 중심의 코스닥보다는 코스피가 적합하다"는 게 이전의 명분이 됐지만, 코스닥의 좋지 않은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속내'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코스닥의 우량기업이 이미지 개선을 이유로 코스피 이전을 잇따라 추진하자 거래소가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코스닥에서 우량 기업이 다 빠져나가면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코스닥 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이기 때문에 거래소가 이전 승인을 깐깐하게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이전 심사는 과거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며 부인했지만, 증권사 내 한 관계자는 "코스닥시장본부의 위기감이 날로 커지고 있어 뭔가 조치는 필요했던 시점"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편, 올 들어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추진 중인 기업은 심팩메탈로이 외에도 코오롱아이넷과 에이블씨엔씨 등이 있다. 코오롱아이넷은 전일 이전이 승인 됐으며, 에이블씨엔씨는 현재 거래소의 심사를 받고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