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증가해도 한국인들은 전문적인 정신·심리 상담 치료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한국은 정치인부터 연예인, 운동선수, 대학교수, 학생까지 매일 30명 이상이 자살하고 있지만 서양인들처럼 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가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직장인들의 과중한 업무, 이혼률 증가, 학생들의 입시지옥, 남성 중심의 술문화 등이 자살률을 높이는 배경으로 풀이됐다. 한국인들은 빠른 인터넷이나 성형수술 등 각종 기술 혁신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자살의 원인인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서구식 상담치료는 꺼리고 있다고도 이 신문은 꼬집었다. 시간이 지나면 치유될 것이란 막연한 믿음과 정신과 치료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 인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형수 조선대 교수(심리학과)는 "한국인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을 알리기 싫어한다" 며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큰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상담 치료에 대한 저조한 인식도 문제로 거론됐다. 정신과 전문의 박진생 박사는 "한국인 중엔 단지 얘기만 하고 치료비를 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살자 급증 배경에 대해 "한국은 어릴 때부터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라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NYT는 한국의 자살 사이트를 언급하며 '자살'이 전염성이 상당히 큰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특유의 유교적 가부장주의와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자살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인들이 체계적이고 검증된 정신과 치료보다는 종교나 점술 등에 의지해 스스로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도 자살자 급증 배경으로 분석됐다.

윤대현 서울대 교수(정신과)는 "정신과 전문의보다 무당·역술인을 찾아 상담하는 한국인이 더 많을 것" 이라며 "사주카페와 룸살롱이 정신과 의사들의 경쟁 상대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부수정 기자 oas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