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권혁세 금감원장에게 듣는다] "퇴직연금은 사회적 안전망…'머니게임' 양상 막아야"
소비자보호본부 기능 확충, 별도기구 신설 필요없어
예보와 공동검사 대폭 강화, 韓銀과도 정보교류 잘돼
현직서 감사行 관행 철폐, 금융회사와 유착원인 근절
권 원장은 '저축은행 부실 감독 문제가 터지자 금감원이 앞으로 경직되게 검사를 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금융회사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검사나 중복 자료 요구 등이 예상된다'는 지적에도 "(그러지 않게) 특별히 지도하고 있고,임직원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회사 위주의 금융감독 정책을 수요자인 소비자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권 원장=소비자 보호본부를 대폭 강화하고 건전성 감독 부문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방화벽을 설치하겠다. 수석부원장이 소비자 보호본부를 직접 관할하고,인력도 크게 확충했다.
▼신영무 대한변호사협회장=금감원 출신 인사가 금융회사 사외이사 · 감사로 가는 것이 유착관계 원인으로 지목됐다.
▼권 원장=많은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의 제도적인 틀 속에서 현직에서 감사로 나가는 관행을 철폐하겠다. 조직 운영과 인사에서도 감독원을 나가기 전에 자기 업권이 아닌 곳을 거쳐 3년 취업 금지 제한을 피해가는 '경력 세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현정택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외국에서도 금감원 직원들의 감사 취업을 제한하고 있나.
▼권 원장=외국에서는 금융감독 기관에서 금융회사 감사로 내려가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각 나라의 풍토와 문화 문제다. 감사로 가 부적절한 관계가 생겼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감사 취업을) 금지시켰을 것이다. 감독당국과 금융회사 간 독립적 관계를 만들고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은행은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 검사권을 요구하고 있다.
▼권 원장=예금보험공사와 공동 검사하는 부분은 대폭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예보가 좀 더 금융회사 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늘어나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한국은행법 문제 등 여러 이슈가 있는데,정보교류 정보공유 이런 것은 유관기관 사이에 확대돼야 한다. 이미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한은 예보 등 4개 기관 간의 교류는 잘 되고 있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행이 고정금리 대출을 많이 해주면 금리변동 위험이 은행에 전가된다.
▼권 원장=은행 입장에서 장기 조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커버드본드(주택담보대출을 유동화한 채권)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 교수=고령화에 대비한 금융 건전성을 위한 감독 기능 강화 방안은 있는지.
▼권 원장=국내 금융시장을 고령화시대의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심지어 퇴직연금 시장마저 단기 머니게임이 되고 있다. 가계 금융자산 비중이 증가하는 부분을 노후 대비 장기 자산으로 바꿔가야 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농협과 현대캐피탈 금융사고로 정보기술(IT) 보안이 강조되고 있다. 따로 연구기관을 만들어 예산을 집중 투입할 계획은 혹시 없는가.
▼권 원장=사이버 보안에 관해서는 범 정부적으로 전문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금융권 내에서는 보안연구원이 이미 있는데 기능을 강화하겠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외환은행 · 론스타 문제와 우리금융 · 산은금융 민영화에 관한 입장을 듣고 싶다.
▼권 원장=론스타 건은 참 답변하기 어려운 문제다. 법적인 문제가 걸려 있다.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김주현 원장=저축은행에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이 '감독 당국이 발표한 자료에는 믿을 만한 회사라고 돼 있지 않았느냐'며 초과분에 대해서도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권 원장=감독 실패에 대한 불만이 있다. 소송도 들어왔다.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여기에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도 있다. 감독당국도 모든 것을 완벽히 할 수는 없다. 감독당국은 선량한 관리자 의무와 청렴 의무를 충실히 다해야 한다.
이상은/안대규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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