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난쟁이'의 비극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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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테크 등 1000개社 '한숨'…임차공장·물류단지 조성 시급
경기 광명시 광명 7동은 '원광명'이라 불린다. 원래 광명이 시작된 곳이란 뜻이다. 숲이 우거진 도덕산 자락으로 꿩과 다람쥐가 살고 있다. 개구리 울음소리도 우렁차다.
이곳에 있는 금형업체 광진테크를 다시 찾았다. 광명 · 시흥보금자리주택사업 여파를 후속 취재하기 위해서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조용설 광진테크 사장(52)은 "누추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100㎡(30평)규모의 임차공장엔 기계들이 몇 대 놓여 있고 7명의 종업원이 일한다. 계단으로 연결된 다락방 사무실은 두세 명이 간신히 앉을 정도다. 낡은 철제 책상과 삐걱거리는 의자 두 개가 전부다.
악수를 청하는 조 사장의 손바닥은 돌처럼 딱딱하다. 종아리 뒤쪽에는 금속 조각에 베여 꿰맨 자국이 선명하다. 30년 현장 경험의 산물이다. 명색이 사장이지만 여느 직원과 똑같이 일한다. 다이아몬드 공구로 초경합금을 깎는다. 가공된 금형은 자동차 볼트를 만드는 데 쓰인다.
조 사장은 요즘 걱정이 많다. 보금자리주택사업 때문에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는 탓이다.
경기 부천시 범박동에 사는 그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 해도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옮기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종업원들도 수심이 가득하다. 주로 부천 · 광명 · 서울 독산동 등지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소규모 미등록 공장이 광명 · 시흥보금자리 일대에만 약 1000곳에 달한다. 불안해 하는 근로자는 수천 명에 이른다.
광진테크로부터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에서 축사를 개조해 물류업을 하는 송모 사장(53)도 마찬가지다.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도매업체다. 그 역시 보금자리사업으로 철거가 시작되면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하지만 갈 곳이 없다. 이런 물류업체가 이 일대에 수백 곳에 달한다.
1970년대 후반 발표된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작)은 강제철거 위기에 처한 허름한 집에 살며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일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 빈민,근로자들을 그린 작품이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구로공단은 눈부시게 변했지만 10여분 거리에 있는 광명과 시흥의 영세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고된 삶은 달라진 게 없다.
문제는 누구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마냥 묻어둘 일도 아니다. 철거가 시작되면 부작용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임차 공장'이나 '임차 물류단지'조성 등 양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굴뚝 위에서 작은 쇠공을 쏘아 올리다 추락하는 난쟁이'의 비극을 막을 수 있고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하는 난쟁이 다섯 식구'같은 근로자들에게 비로소 희망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김낙훈 중기 전문기자 nhk@hankyung.com
이곳에 있는 금형업체 광진테크를 다시 찾았다. 광명 · 시흥보금자리주택사업 여파를 후속 취재하기 위해서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조용설 광진테크 사장(52)은 "누추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100㎡(30평)규모의 임차공장엔 기계들이 몇 대 놓여 있고 7명의 종업원이 일한다. 계단으로 연결된 다락방 사무실은 두세 명이 간신히 앉을 정도다. 낡은 철제 책상과 삐걱거리는 의자 두 개가 전부다.
악수를 청하는 조 사장의 손바닥은 돌처럼 딱딱하다. 종아리 뒤쪽에는 금속 조각에 베여 꿰맨 자국이 선명하다. 30년 현장 경험의 산물이다. 명색이 사장이지만 여느 직원과 똑같이 일한다. 다이아몬드 공구로 초경합금을 깎는다. 가공된 금형은 자동차 볼트를 만드는 데 쓰인다.
조 사장은 요즘 걱정이 많다. 보금자리주택사업 때문에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는 탓이다.
경기 부천시 범박동에 사는 그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 해도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옮기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종업원들도 수심이 가득하다. 주로 부천 · 광명 · 서울 독산동 등지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소규모 미등록 공장이 광명 · 시흥보금자리 일대에만 약 1000곳에 달한다. 불안해 하는 근로자는 수천 명에 이른다.
광진테크로부터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에서 축사를 개조해 물류업을 하는 송모 사장(53)도 마찬가지다.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도매업체다. 그 역시 보금자리사업으로 철거가 시작되면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하지만 갈 곳이 없다. 이런 물류업체가 이 일대에 수백 곳에 달한다.
1970년대 후반 발표된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작)은 강제철거 위기에 처한 허름한 집에 살며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일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 빈민,근로자들을 그린 작품이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구로공단은 눈부시게 변했지만 10여분 거리에 있는 광명과 시흥의 영세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고된 삶은 달라진 게 없다.
문제는 누구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마냥 묻어둘 일도 아니다. 철거가 시작되면 부작용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임차 공장'이나 '임차 물류단지'조성 등 양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굴뚝 위에서 작은 쇠공을 쏘아 올리다 추락하는 난쟁이'의 비극을 막을 수 있고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하는 난쟁이 다섯 식구'같은 근로자들에게 비로소 희망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김낙훈 중기 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