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이스라엘을 '창업 국가'로 만든 또 다른 배경이다. 특히 8200부대나 탈피오트(최정상) 같은 '엘리트부대'에서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에게 수백만달러짜리 프로젝트를 맡기는 일도 흔하다. 젊은이들은 군대에서 창업의 기반이 되는 책임 의식과 실무 능력은 물론 네트워크까지 덤으로 갖춘다.

이스라엘 텔아비브공항 근처 벤처기업단지에 있는 벤처기업 '오디오코드'의 리오르 알데마 최고운영책임자(COO · 사진)는 정보부대인 8200부대 출신이다. 오디오코드는 인터넷 전화 VoIP(voice over IP) 원천기술을 보유한 나스닥 상장 기업이다. 알데마 COO는 8200부대에서 복무하던 1991년 걸프전 당시 미사일 방어체제를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졸업 후 시스템소프트라는 네트워크 설비업체를 창업했고 1998년 8200부대 출신들이 창업한 이 회사에 합류했다.

알데마 COO는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이 극심했는데 2000㎞나 떨어져 있는 탓에 정보를 실시간 분석하는 데 애로가 많았다"며 "당시 사병이었지만 인공위성을 이용한 방어시스템 아이디어를 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400만달러 정도 예산이 들어가는 방어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기간 안에 방어체계 설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한 경험이 훗날 창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또 "언제나 전쟁 위협을 받고 있는 만큼 군대에서 군인들에게 도전적인 미션을 계속 주는 것도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알데마 COO는 "군대에서 장래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할 때쯤이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고 학습 의욕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한국처럼 징병제 국가다. 다른 점은 거의 대부분이 7~18세의 의무교육 과정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다는 점과 남자는 3년,여자는 2년을 복무한다는 것이다. 이 중 엘리트부대 선발은 빠르면 중학교 3학년 정도부터 시작한다. 알데마 COO는 "엘리트부대에 뽑힌 장병들은 그만큼 자부심도 높고 동기애도 끈끈해 평생 가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