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제1원칙은 '세일 기간을 확인하라'다. 가격 할인이 내일 시작되는 제품을 굳이 오늘 살 이유가 없다. 거꾸로 판매자의 원칙은 '쌀 때 물건을 많이 확보했다가 비쌀 때 팔아라'일 것이다. 둘 다 자연스런 시장 원리다.

지식경제부는 27일 석유제품 대리점과 주유소의 판매 거부 또는 사재기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정유사들이 그동안 ℓ당 100원씩 할인해오던 석유가격을 7월7일자로 원상회복시키기로 한 데 대한 조치다. 가격 환원 이전에 정유사가 석유 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주유소가 사재기에 나설 경우 형사처벌을 포함해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GS칼텍스에 따르면 6월 1~14일 휘발유와 경유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36% 증가했다. 최근 1년 사이에 GS칼텍스 기름을 파는 주유소는 170여개 줄었는데도 판매량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가격인하 종료를 앞두고 주유소들이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값이 쌀 때 되도록 많이 사두려는 주유소들의 움직임을 지경부가 행정지도로 막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정유사 임원은 "정유사들의 팔을 억지로 비틀어 가격을 끌어내리더니 부작용에 대해선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것 아니냐"며 "가격이 원상회복되는 순간에 나타날 혼란을 예상하지 못하고 시장 흐름을 왜곡한 지경부의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지경부가 정유사들을 압박해 'ℓ당 100원 인하 방안'을 내놓은 뒤 발표한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에는 이 같은 부작용을 예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이 보이지 않았다.

'석유제품 거래시장 개설'이나 '정유사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같은 현실성 없는 방안들만 나열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지경부가 석유가격 원상회복 이후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말 (기름)가격이 되오르느냐","다른 수단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소비자와 업계를 번갈아가며 계속 나오고 있지만 지경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