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많이 걷히면 장학금 확충.' '성적 우수자에서 저소득층으로 장학금 돌려막기.'

주요 사립대학들이 내놓은 장학금 확대 방안이다. '반값 등록금' 논란을 계기로 방만 경영과 부실 회계 등이 드러나 궁지에 몰린 대학들이 앞다퉈 장학금 증액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늘리겠다고 발표한 장학금 규모가 극히 작아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기엔 미흡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 많아 오히려 비난만 사는 모양새다. 연덕원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들이 발표하는 장학금 확대 등 자구책은 한시적인 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부 받아 장학금 지원"

주요 대학에 따르면 숙명여대는 일반 기부금 중 연간 20억원가량을 장학 기금으로 적립하겠다는 대책을 지난 22일 내놓았다. 하지만 사립대 회계공시가 시작된 2008년 이후 4년간 숙명여대가 일반 기부금을 20억원 이상 모은 적은 한 번도 없다.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3284만원,1066만원에 불과했다. 20억원 모금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직접 지원이 아닌 적립금 증액을 통한 것이어서 실제 지급액은 수천만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 대학은 지난 4년간 장학적립금 총액의 2%가량을 학생들에게 지급했다. 앞으로도 이 수준으로 지급할 경우 적립금이 20억원 증액했을 때 늘어나는 장학금 총액은 4051만원에 그친다. 1인당(재학생 수 1만3445명) 지급액으로 환산하면 3013원꼴이다.

동국대는 내년까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가계곤란 장학금'을 28억원 증액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늘어나는 금액은 10억원뿐이다. 18억원은 성적 장학금에서 끌어오는 만큼 '돌려막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년간 '제2건학기금' 1000억원을 모은 뒤 이 중 100억원을 장학금으로 쓰겠다는 방안 역시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모금이 초기 단계인 데다 목표액을 달성한다는 보장도 없다.

◆'생색내기용' 지원 확대책

건국대는 지난 19일 장학금 예산을 34억원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을 1.5%포인트 늘리는 수준이다. 건국대는 지난해 장학금 예산으로 465억원을 책정한 뒤 430억원을 집행했다. 장학금 증액분 34억원은 예산만 모두 집행해도 달성할 수 있다.

경원대는 올해 등록금 인상액 중 17만원을 '토익 향상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 개인 통장에 입금하기로 했다. 경원대의 등록금 수입 대비 장학금 지출 비율(지난해 기준)은 13.7%로 증액분을 반영해도 15.4%에 머물러 주요 사립대 평균치 17.1%를 밑돈다.

이화여대가 올해 초 신설한 저소득층 대상 '세대간 장학금'을 받으려면 어려운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등록금 전액 면제와 월 50만원 생활비 지원이라는 큰 혜택이 주어지지만 대상자가 전교생 1만9137명 중 19명에 불과하다.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이면 수혜 대상이지만 학업 능력,성장 잠재력,고교 생활 성실성 등을 고려하는 장학위원회 평가에서 많이 탈락한다. 세대간 장학금에 드는 비용은 전체 장학금 예산(326억원)의 1%인 3억원가량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