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말벗 서비스
'소년 등과(출세) · 중년 상처 · 노년 무전(궁핍).' 남자가 피해야 한다는 불행 세 가지다. 공통점은 하나다. '마음을 터놓고 말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중년 이후 배우자를 잃으면 수명이 줄어들고,은퇴 후 시골 생활이 답답한 것도 대화 상대 부족 탓이라고 한다.

나이든 여성들이 조금만 아프면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는 것도 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방편이란 얘기도 있다. 혼자 사는 경우는 물론 가족과 함께 지내도 다들 바쁘다며 상대해주지 않다 보니 의사와 간호사라도 만나 이런저런 사정을 털어놓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말할 대상이 없는 건 노년층에 그치지 않는다. 젊은층도 취업이 안되면 친구와 멀어지고 심지어 가족도 피하면서 말을 잃는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기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전화를 주고받을 일도 거의 없다. 반가워할지 아닐지 모르니 하기도 힘들고 걸어주는 사람도 없는 까닭이다.

결혼도 늦어진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 총조사 전수집계 결과'에 따르면 30대 남성 37.9%,여성 20.4%가 미혼이다. 고임금 전문직의 화려한 싱글도 있겠지만 미취업 내지 저임금 비정규직이란 형편 때문에 못하는 수도 적지 않다.

일본은 더하다. 50세까지 결혼하지 못한'생애 미혼자'가 남성 20%,여성 10%에 이른다는 보도다. 30~34세 남성의 결혼율은 정규직 59.6%,비정규직 30.2%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남성은 평생 혼자 살다 죽을 확률이 높은 셈이다.

여성도 마찬가지.출산과 육아 부담보다 취업 문제가 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인 걸로 분석됐다. 이래저래 일본인 15.27%(2000만명)가 친구나 동료와 어울리지 못하고 쓸쓸히 지낸다고 할 정도다.

결국 전화로 얘기를 들어주는'말벗 서비스'가 성업 중이란 소식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얼굴과 연락처를 확인한 뒤 전화하면'테라피스트(치유자)'로 불리는 이들이 말 상대를 해준다는 것이다(10분에 1000엔).고객은 노인보다 미혼 남녀 · 직장인 등 젊은층이 많다고 한다.

20년 불황의 결과라는 건데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 우리도 이미 혼자 키스방이나 유흥업소의 원스톱서비스를 찾는 젊은층이 적지 않다는 마당이다. '군중 속의 고독'을 간파한 건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다. 페이스북 친구보다 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말벗을 늘릴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