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2. 김중수·박재완·김석동도 헷갈리는 가계부채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계부채 문제를 둘러싼 정부 부처간 엇갈린 평가도 과연 가계부채 통계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나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잠이 안 올 지경이라는데,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위험수준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통계 착시인지 점검하겠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각자 무엇을 보았기에 한쪽에선 가계대출 부실 쓰나미를 걱정하고,다른 쪽에선 너무 호들갑 떤다는 반응인지 궁금하다. 가계빚에 대한 통계도 801조원(가계부채)부터 949조원(개인 금융부채),1006조원(상거래신용 포함한 개인부채)까지 다양해 아리송하다.

    대출 총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빚을 진 가구가 금리가 오르고 집이 안 팔리는 상황을 버텨낼 수 있느냐는 문제다. 가계대출의 위험성은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이 가장 잘 알고 금융당국도 미시적인 통계를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김석동 위원장은 "빚을 진 가계와 자산을 가진 가계가 다르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대출총량과 연체율 외에 차주(借主)의 소득 · 자산규모별,주택보유 유무별,대출조건별 세부 통계는 지금까지 공개된 게 없다. 금융위는 거꾸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다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시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이 80%에 달해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이 한은이지만 다른 기관과 협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김중수 총재는 소득 대비 부채가 40%를 넘어 위험한 가구가 약 7%라는 상세한 부분을 언급하면서도 비은행권에 대한 정보 접근이 떨어진다고 토로한다.

    금융위는 이달 말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저축은행 사태가 국지전이었다면 가계부채 문제는 나라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전면전이다. 하지만 증상을 명확히 알지 못하니 진단과 처방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약으로 다스릴 만한 경증인지,대수술을 감행해야 할 중병인지 국민들은 헷갈린다. 이런 사정은 국가부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정부 부처들이 자신이 생산하는 통계를 철저하게 숨기고 있다고 본다. 통계가 공개되면 정부 헤게모니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동안 국정은 웃기는 통계에 기초해 서로 다른 춤을 춘다.

    ADVERTISEMENT

    1. 1

      [아르떼 칼럼] 남산의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을 추억하며

      2022년 12월 31일. 남산의 힐튼호텔은 결국 문을 닫았다.대칭을 이루는 아름다운 계단과 고풍스러운 브론즈 기둥,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천창에서 떨어지는 우아한 빛이 방문객을 조용히 감싼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제자인 건축가 김종성이 설계한 호텔이다. 그는 스승의 건축사무실에서 12년을 함께 일하며 배운 것들을 서울의 땅 위에 새겨 넣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오직 비례와 빛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 힐튼호텔은 그의 대표작이다.우리가 힐튼호텔을 기억하는 이유가 천창의 빛과 아름다운 계단 때문만은 아니다. 그 공간이 가진 고요함과 품위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조금씩 사라져가는 힐튼호텔을 바라보며,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을 떠올렸다. 이 영화 역시 한 호텔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영화는 네 겹의 시간으로 이뤄져 있다. 한 소녀가 묘지에서 작가를 추모하고, 그 작가는 자신이 젊은 시절 방문한 한 호텔의 노인(제로)을 추억하고, 그 노인은 구스타브와의 일화를 회고하며 그리움을 드러낸다. 소녀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제로로, 제로에서 구스타브로 기억이 기억을 끌어내는 구조다. 이 구조로 영화는 첫 장면부터 이미 지나간 것들에 대한 이야기임을 선언한다.산 위에 당당히 선 분홍빛 호텔. 누구나 한 번쯤 묵고 싶은 그곳,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이다. 그러나 곧바로 36년 뒤의 모습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이제는 몇몇 단골만 찾을 뿐인 쇠락한 호텔을 방문한 작가는 손님 한 명 없는 로비에 홀로 앉은 노인 제로에게 말을 건다. 제로는 젊은 작가의 관심이 반가웠는지 오래된 이야기를 시작한다.

    2. 2

      [천자칼럼] 北의 '권총 정치'

      중세 유럽에서는 교회 권력과 세속 군주권을 ‘두 자루의 칼’에 비유한 양검론(兩劍論)이 지배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다. 유럽 각국 군주들이 “세속의 칼은 영적인 칼에 종속되지 않는다”며 자기 몫을 챙기는 과정에서 정·교가 분리된 근대국가로 가는 길을 열었다.‘누가복음’에 나오는 칼과 관련한 구절을 인용해 권력을 검이라는 무기로 선명하게 시각화한 점이 중세 대중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 많다.북한에서 김씨 일가의 세습통치를 정당화하는 서사로 널리 활용된 것이 ‘두 자루의 권총’이다. 김일성 주석의 아버지 김형직이 1926년 14세 소년 김일성에게 벨기에제 ‘FN M1900’으로 추정되는 권총 두 자루를 남겼고, 김일성이 이 총을 들고 항일 투쟁에 나섰다는 게 북한의 ‘건국 신화’다. 김일성은 “혁명은 총대(총기류)에 의해 개척되고, 전진하며, 완성된다”는 ‘총대철학’을 표방하며 권력을 다졌다.폐쇄국가 북한에서 두 자루의 권총은 곧 세습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상징으로 전환됐다. 6·25전쟁 당시 김일성이 “이 권총이 혁명의 승리를 담보한다”며 11세에 불과한 김정일에게 총을 물려줬다는 스토리가 덧붙여졌다. 권총 모양 퍼레이드가 펼쳐진 2022년 평양 열병식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자루 권총에서 시작해 그 어떤 강적도 전율케 하는 무적강군으로 자라났다”고 북한군을 부추기며 ‘권총 신화’를 이어갔다.그제 북한 선전 매체들이 실내사격장에서 김정은이 딸인 김주애와 나란히 권총 사격을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일성과 김정일 서사의 ‘판박이’로 10대 소녀의

    3. 3

      [사설] 석유전쟁으로 변질되는 중동 사태, 인질로 잡힌 글로벌 경제

      이란이 그제 새 최고지도자 메시지를 통해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조기 종전 기대에 숨을 고르던 글로벌 시장은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지난 8일 공식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복수를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 전선 형성에 대한 검토가 이미 끝났다”고 경고했다. ‘저항의 축’ 세력을 규합해 게릴라식 군사보복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이다.이란의 결사항전 선언에 시장은 요동쳤다. 어제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9.2% 올랐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9일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다.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 위에서 마감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3년7개월 만이다.이란이 볼모로 삼은 호르무즈해협은 이번 전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전략 요충지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에너지 공급로다. 이곳이 막히면서 그 여파는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원유·원자재 감산과 물류비 폭등은 생산 비용과 가계 지출로 전가되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재앙을 키운다. 이란이 원유 공급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해 글로벌 공급망을 균열 내고, 이를 통해 미국 유럽연합(EU) 이스라엘 등 서방 국가의 인내심을 고갈시키는 ‘장기적 소모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제가 인질로 잡힌 셈이다.자원 전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각국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