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제2중부고속도로 갓길 정차 차량에서 중년 남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온갖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이들의 변사는 결국 테트로도톡신(복어독) 중독사로 결론 났다. 테트로도톡신은 1㎎으로 목숨을 뺏는 맹독임에도 불구,일부에서 체력 강화제로 쓰였다는 것이다.

추정이라지만 아마추어 골퍼의 소망이 그랬을진대 올림픽 등 세계대회 출전 선수나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경기력 증진에 대한 간절함이 어느 정도일지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근절되기는커녕 약물의 종류와 투여법 모두 다양해지면서 도핑 테스트가 증가하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도프는 경마에서 비롯된 용어다. 말을 잘 달리게 하기 위해 약물을 쓰던 방식을 사람에게 도입한 셈이다. 도핑 테스트가 실시된 건 1968년 그레노블 동계올림픽부터.1960년 로마 올림픽에 출전했던 사이클 선수의 경기 중 사망이 흥분제 때문임이 밝혀진 게 계기가 됐다.

약물 사용 선수에 대한 제재는 엄격하다. 캐나다 육상선수 벤 존슨은 1988년 서울올림픽 100m 달리기에서 우승했으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게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했다.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또한 1994년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에페드린 복용으로 실격됐다. 통산 583개의 홈런을 친 미국 야구선수 마크 맥과이어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한 것도 스테로이드 의혹 때문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고환이 발달하지 않아 테스토스테론이 나오지 않는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 복용하면 근육과 뼈가 강화돼 괴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간과 심장 이상은 물론 뇌졸중 가능성도 커진다는 게 통설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둔 한국 육상계가 조혈제 파동에 휩싸였다. 수사 대상엔 국가대표 마라톤팀 감독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등이 포함됐다. 조혈제는 적혈구를 증가시킴으로써 피로감을 덜어준다고 한다.

조혈제 중 금지약물은 에리스로포이에틴(EPO)과 다베포이에틴(dEPO) 등 호르몬계로 문제가 된 '페로빈 주'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발표다. 스포츠에 대한 열광은 인간의 체력과 의지를 뛰어넘는 훈련과 정정당당함에 대한 찬사다. 부적절한 방법으로 얻는 승리의 대가는 참혹할 수 있다. 어떤 승리도 생명을 대신할 순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