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공연은 K팝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매체뿐 아니라 해외 언론들도 '한류 열풍'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영국 BBC는 '한류 열풍' 이면에 가리워진 한국 연예산업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나섰다.

BBC는 지난 14일 "케이팝 성공신화 뒤에 '노예 계약'이라 불리는 장기간 불평등 전속 계약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SM 소속 가수 동방신기 전 멤버와 소속사 간의 법정 소송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지난 2009년 동방신기 전 멤버들은 계약 기간 13년이 너무 길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계약에 제약이 많으며 수익금 분배도 거의 받지 못했다며 소속사를 고소했다.

당시 법원은 가수 측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아직도 JYJ가 방송활동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국 연예산업의 문제점은 공정거래위원회도 인정할 정도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6일 '대중문화예술인 표준 전속계약서' 2종을 공시했다.

하지만 강제적인 구속력을 갖지 못해 실효성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기획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만으로 실행 가능한 있으나 마나 한 제도다.

BBC는 소속사들이 연예인들에게 투자한 비용에 비해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침체된 한국 음반시장을 또 하나의 문제로 짚었다.

음반 제작으로 본전을 뽑지 못한 제작사들은 대안으로 '음원 유통'에 기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디지털 음원은 몇백원에 거래된다. 음원을 헐값에 팔다보니 음원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통사들이 가수, 제작사보다 더 많은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이러한 국내상황 때문에 한국음악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중음악 해외진출 컨설팅 회사인 DFSB 콜렉티브의 조수광 대표는 "톱스타들은 한국에서 1년 동안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일본에서 1주일 만에 벌어들인다"고 말했다.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BBC는 그동안 제기돼왔던 한국 연예산업의 문제점과 관행을 있는 그대로 꼬집었다. 귀에 거슬린다고 돌을 던질 수는 없다. BBC의 주장이 사실이고, 타당성 있는 비판이냐가 더 중요하다.

BBC의 보도가 과장되거나 편파적인 시각이 아니라는 게 관련 업계나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국내에서 여러번 불거진 문제를 과감없이 접근했기 때문이다.

K팝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한국을 알리는 문화상품으로 뜨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한국 연예계는 BBC의 따가운 시선을 따뜻한 '충고'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듯하다. 조금 잘 나간다고 앞으로만 질주하기 보다는 차분히 뒤돌아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BBC의 비판이 '한류 열풍' 확대의 약이 될 수 있다.

한경닷컴 부수정 기자 oas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