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염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등 일반의약품(OTC)의 약국외 판매를 논의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산하 의약품분류소위가 15일 첫 회의를 열고 열띤 공방에 들어갔다.

2000년 7월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11년 만에 처음으로 의약품 분류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소위는 국민의 약 구매 편의성과 의약품 복용의 안전성 확보,의 · 약 이익단체 간 의약품 유통 · 처방권 등의 이슈를 저울질하면서 일반약 약국외 판매 품목을 선정할 예정이어서 의약단체 간 '밥그릇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날 회의에선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액상소화제(까스명수 활명수 등),정장제(미야리산 등),외용제(안티프라민 마데카솔 등),자양강장제(박카스 원비디 쌍화탕 등) 등 40여개 일반의약품을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가능한 의약외품으로 재분류하는 방안이 상정됐다. 소비자들이 가장 희망하고 있는 소염진통제 및 종합감기약 등의 약국외 판매는 의약외품이 아닌 '자유판매약'이란 분류를 신설해 허용키로 하는 방향만 설정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약사법 개정이 필요해 난항이 예상된다.

이동우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금명간 의약외품으로 전환될 일반의약품목이 결정되면 장관 고시에 한 달여가 소요되므로 이르면 8월부터 40여개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약품분류소위는 의료계 4명,약사 대표 4명,공익 대표 4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고 의결정족수는 8명 이상이나 공익대표와 특정 이익단체만의 의결로는 명분이 약하기 때문에 합의안 도출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약사 측 약심 위원인 박인춘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편의성을 고려해 약국외에서 판매해도 좋다는 논거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감기약 소염진통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데다 간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섣불리 약국외 판매대상으로 분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