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를 둘러싸고 일부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관리하의 대학 운영으로는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법인화 반대를 계속 외치는 속셈은 결국 지금의 낡은 구조가 온존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법인화 반대론자들은 법인화가 오로지 국가 재정지원을 줄이기 위한 편법일 뿐이라며 본질을 왜곡 선전하고 있다. 재정의 자율성을 내세워 대학의 자체 수입만을 강조하면서 국고지원의 절대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등록금이 인상되고 교수들의 급여는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서울대 법인화의 핵심은 대학재정의 자율화다. 현재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는 국가의 공통적인 재정 · 회계 원칙이 적용되면서 모든 세부 예산을 정부에서 통제받고 있다. 책 걸상의 교체나 교과목 증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수 채용이나 급여 등에서도 일일이 교과부의 건별 결재를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선 시대변화에 걸맞은 자율적인 학사운영은 불가능하다. 이 같은 풍토를 혁신하자는 것이 법인화다. 법인화는 포괄주의 예산 방식을 취해 정부가 필요한 만큼 예산을 지원하면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짜고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교수를 채용하거나 급여 역시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적이 없거나 10년 전 강의노트 식인 교수들은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런 체제라야 대학이 살아 움직일 것이라는 다급한 요청이다. KAIST가 그나마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학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자율과 책임이 있었던 대학 법인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법인화 반대 교수들은 중문학 교수들이 자장면집을 차려야 하느냐는 식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거나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된 것이어서 대학사회 내에서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법인화법안은 수많은 토론과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들을수록 법인화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외부의 지적이 많다는 점을 대학 당국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