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가치 급락-개혁-디플레 용인, 어느 것도 한계"
"유일 대안은 유로 와해..5년 후 효율성 부각될 것"
트리셰 "유로 경제 간극, 美 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로존은 그리스 채무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해체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14일 전망했다.

루비니는 지난 11일 싱가포르 회견에서 미국의 재정 위기, 중국의 성장 둔화, 유럽의 채무 위기 및 일본 대지진 충격 등이 결합해 세계 경제를 뒤흔들 확률이 "3분의 1 가량"이라면서 따라서 "세계 경제가 늦어도 2013년에는 퍼펙트 스톰(초강력 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니는 14일자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에서 앞서의 유로 저금리가 역내 자산거품 형성과 구조 개혁 지연, 그리고 생산성에 비해 과다한 임금 상승 등의 역효과로 이어졌다면서 그 결과 역내 주변국들의 경쟁력이 더욱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채무 구조조정 혹은 '리프로파일링'(일종의 상환 연장)이 그리스 등 역내 채무 위기국 사태를 해결하는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유로존의 경제력 집중에는 별반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이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역내 군소국 경제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루비니는 유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로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역내 군소국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경쟁력 강화에는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의 강성 통화 정책과도 상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방안으로 독일이 주도해온 개혁을 강하게 밀어불이는 옵션이 있지만 이것이 단기적으로 성장을 위축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성과가 절실한 군소국이 수용하기는 힘들다고 루비니는 지적했다.

세번째 옵션으로 디플레를 용인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으나 과거 아르헨티나가 선택했다가 침체의 골이 오히려 더 깊어지는 바람에 3년만에 포기했음을 루비니는 상기시켰다.

루비니는 따라서 유일한 대안은 유로 사용을 포기하고 예전의 통화로 복귀하는 방법이라면서 역내 재정 위기국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실질적이며 대폭적인 통화 절하란 응급책으로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 이탈이 현재로선 수용하기 힘든 아이디어로 보이지만 5년 후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유로권이 통화 동맹을 넘어 재정과 정치 동맹으로까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요원하기 때문에 유로를 포기하는 것이 잔류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에 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ECB의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13일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LSE) 특강에서 유로권 경제가 미국 주들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4일 전했다.

트리셰는 "유로권 내의 이질성에 (과다하게) 오도돼 단일 통화로서의 유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다"며서 그러나 "유로 회원국 경제간 간극이 미국 주들간의 차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저널은 트리셰가 그리스 채무 위기로 인해 유로가 결국 깨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금융시장의 우려가 높아져온 점을 감안해 이처럼 발언한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