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박2일', MBC '나가수'에 밀려 한자릿수 시청률

피겨 여왕에게도 예능의 벽은 높았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첫 예능 도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던 SBS '일요일이 좋다' 속 코너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이하 키스 앤 크라이)'가 방송 한 달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4일 시청률 조사기관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키스 앤 크라이'는 지난달 22일 첫 방송에서 11.6%의 시청률을 기록한 뒤 2회(5월29일) 8.2%, 3회(6월5일) 5.7%, 4회(6월12일) 8.6%로 한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해피선데이 - 1박2일'은 '여배우 특집(별은 내 가슴에)' '명품 조연 특집' 등 대형 기획을 앞세워 2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며 방송시간대가 일부 겹치는 MBC '우리들의 일밤' 역시 온갖 구설에도 불구하고 15% 안팎의 시청률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제작진은 1차 경연이 방송된 4회에서 시청률이 2.9%포인트 상승한 것을 근거로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된 만큼 시청률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경쟁작들의 내공이 만만치 않아 앞으로도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여왕의 '굴욕' = '키스 앤 크라이'는 지난달 22일 '대한민국 최초의 빙상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피겨 여왕의 첫 예능 프로그램 진행이라는 점에서부터 화제를 모았고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에프엑스의 크리스탈, 가수 아이유ㆍ손담비, 개그맨 김병만, 배우 서지석 등 화려한 출연진이 공개되면서 시청자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SBS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산제작센터에 25m×15m 크기의 아이스링크까지 만들었고, 전ㆍ현직 피겨 국가대표 선수와 국제심판 등 화려한 경력을 지닌 전문 스케이터를 연예인 출연자의 짝으로 선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키스 앤 크라이'는 시청자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방송 초반 김연아의 활약상과 출연자의 사연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유의 긴장감을 살리는 데 실패했고, 활주조차 버거운 듯한 일부 출연자의 모습은 수준 높은 경기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첫 방송이 끝나자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두 달 배우고 저렇게 잘 하다니 놀랍다' '연예인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는 격려의 글이 이어졌지만 '성의가 없다' '지루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고, 이는 곧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김연아 효과'의 두 얼굴 = '키스 앤 크라이'가 고전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김연아 효과'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연아 선수의 수준 높은 경기에 익숙해진 대중에게 '생초보' 연예인들의 무대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키스 앤 크라이'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이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면서 "김연아 선수가 보여준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피겨 초보의 경기에 만족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중에게 익숙한 스포츠 종목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자들이 웬만큼 잘하지 않으면 주목받기 어렵다.

대중은 이미 실제 경기를 통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여러 차례 목격했기 때문"이라면서 "'키스 앤 크라이' 역시 이 때문에 노력에 비해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막 오른 경연..시청률에 약 될까 = '키스 앤 크라이'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본격적인 경연의 시작을 알렸다.

솔로 경연 성적에 따라 파트너(전문 스케이터) 선정을 마친 10명의 연예인 도전자들은 이날 방송에서 '커플'을 주제로 한 첫 번째 경연을 선보였다.

스파이럴을 필수 과제로 한 1차 경연에서 '달인' 김병만은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파트너 이수경씨와 함께 '모던 타임스'의 한 장면을 완벽하게 재연, 김연아를 비롯한 심사위원단과 관객들을 눈물짓게 했고 솔로 경연에서 꼴찌를 기록했던 아이유도 한층 향상된 스케이팅 실력을 뽐내며 박수를 받았다.

10팀의 도전자들은 오는 19일(5회)까지 방송되는 1차 경연 및 2차 경연을 거치게되며 두 경기 합산 점수로 첫 번째 탈락자가 결정된다.

김재혁 PD는 "출연자들이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나다 보니 다들 실력이 부쩍 늘었다"면서 "출연자들의 실력도 많이 늘었고, 본격적인 경연도 시작된 만큼 프로그램의 긴장감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요일 예능 시장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도 큰 욕심은 내지 않았다"면서 "물론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키스 앤 크라이'는 심사위원단(김연아, 고성희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 가수 김장훈, 특별 심사위원 1명)과 장미평가단(관객) 100명의 점수를 합산해 탈락자를 결정한다.

제작진은 1∼2차 경연을 합산해 첫 탈락자를 가린 뒤 3차 경연부터는 매번 탈락자를 가려 프로그램 진행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키스 앤 크라이'에서 우승한 1개 팀은 오는 8월 열리는 김연아 선수의 아이스쇼 무대에 서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