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시카고와 휴스턴의 지역경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카고와 휴스턴은 미국의 3,4위 도시다. 시카고는 미국 중북부 일리노이주의 중심지이고 휴스턴은 남부 텍사스주 경제의 핵심지역이다. 일리노이는 경제규모로 미국에서 다섯번째다. 주(州) 하나만으로도 세계 국가순위 20위 안에 든다. 캘리포니아 주 다음으로 큰 텍사스주는 경제규모로 미국의 두 번째다.
최근 시카고와 휴스턴에 다녀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하와이대 동서연구소가 함께 지원한 보름 일정의 언론인 교환방문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는데,두 도시에서 나흘씩 머물렀다. 1,2위인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를 염두에 두고 달려나가는 시카고의 발전 노력도 돋보였지만 눈앞의 3위를 노리는 휴스턴의 추격이 더 인상적이었다. 3년 뒤 파나마운하 확장공사만 끝나면 즉각 3위를 빼앗을 것처럼 휴스턴은 특히나 의욕적이었다.
동서연구소에서 두 지역의 경제단체(시카고 투자협회와 휴스턴 상공회의소),공공기관(시카고 상품거래소,연방은행과 텍사스 가축경매장),기업(보잉과 셰브론)을 적절히 연결시켜줬다. 대학(시카고대,텍사스대)과 신문사(시카고트리뷴,휴스턴크로니클)까지 포함시킨 것은 미국식 홍보전략이었다. 곳곳마다 핵심 실무자들과의 만남이 주선돼 현지 경제의 실상을 보는 데 도움이 됐다. 지역경제 간 경쟁이라는 큰 흐름도 보였다.
무엇보다 경제살리기,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두 지역 공히 최대 관심사였다. 경제단체들은 한국 기자에게 자기 도시가 투자에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진지하게 설명했다. 구체적인 기업의 투자여건부터 교육환경,도시 기반시설까지,말 그대로 세일즈였다. "미국에 투자하려면 시카고로! 휴스턴으로!" 이게 결론이었다.
한국과의 경제협력 방향이나 진행 중인 사업도 친절하게 들려줬다. 시카고는 한국의 스마트그리드 전력망 사업에 일리노이주가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주로 내세웠다. 휴스턴은 파나마운하의 확장 이후 부산과의 교역확대 전망치를 내보이며 아시아나항공과 직항로를 개설키 위한 노력도 소개했다. 한인 교민 8만여명이 있는 텍사스주의 댈러스에 대한항공이 취항하고 있지만,한인 4만명인 휴스턴에도 항로를 열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휴스턴과 직항로를 개설하면,미국에서 최대 커뮤니티를 형성한 휴스턴의 베트남계 20만명이 모국 방문의 중간기착지로 이용할 것이니 인천공항에도 도움되지 않겠나. " 이렇게 인천공항의 허브 전략까지 거론한 제프 모세레이 휴스턴상의(GHP) 회장은 투자유치단을 구성,오는 8월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결국 지역경쟁의 시대를 미국 대도시들이 앞서 열어간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 자본을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려 애썼다. 인천공항이 베이징 서우두나 오사카 간사이 공항과 경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산항이 상하이항, 홍콩항과 허브 다툼을 하는 것도 지역경쟁의 연장이다.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로 자리잡아 페덱스 같은 국제 물류기업의 동북아 본부를 유치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일자리 1500개가 생긴다는 마당 아닌가.
국내에서 지역경쟁은 갈길이 멀어 보인다. 지자체들이 먼저 정치투쟁에서 벗어나 행정서비스로 경쟁해야 한다. 또 교육환경,생활여건으로 승부를 걸어 기업유치전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연구소를,대학을 유치해야 한다. 예컨대 성남시와 고양시는 서울 인구를 빼앗아가는 경쟁을 할 때다. 경남도와 전남도는 국내외 기업 영입경쟁에서 앞서야 살아남는다. 국가경쟁을 넘어 지역경쟁 시대에 어느 새 성큼 들어서 있다.
허원순 지식사회부장 huhws@hankyung.com
최근 시카고와 휴스턴에 다녀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하와이대 동서연구소가 함께 지원한 보름 일정의 언론인 교환방문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는데,두 도시에서 나흘씩 머물렀다. 1,2위인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를 염두에 두고 달려나가는 시카고의 발전 노력도 돋보였지만 눈앞의 3위를 노리는 휴스턴의 추격이 더 인상적이었다. 3년 뒤 파나마운하 확장공사만 끝나면 즉각 3위를 빼앗을 것처럼 휴스턴은 특히나 의욕적이었다.
동서연구소에서 두 지역의 경제단체(시카고 투자협회와 휴스턴 상공회의소),공공기관(시카고 상품거래소,연방은행과 텍사스 가축경매장),기업(보잉과 셰브론)을 적절히 연결시켜줬다. 대학(시카고대,텍사스대)과 신문사(시카고트리뷴,휴스턴크로니클)까지 포함시킨 것은 미국식 홍보전략이었다. 곳곳마다 핵심 실무자들과의 만남이 주선돼 현지 경제의 실상을 보는 데 도움이 됐다. 지역경제 간 경쟁이라는 큰 흐름도 보였다.
무엇보다 경제살리기,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두 지역 공히 최대 관심사였다. 경제단체들은 한국 기자에게 자기 도시가 투자에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진지하게 설명했다. 구체적인 기업의 투자여건부터 교육환경,도시 기반시설까지,말 그대로 세일즈였다. "미국에 투자하려면 시카고로! 휴스턴으로!" 이게 결론이었다.
한국과의 경제협력 방향이나 진행 중인 사업도 친절하게 들려줬다. 시카고는 한국의 스마트그리드 전력망 사업에 일리노이주가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주로 내세웠다. 휴스턴은 파나마운하의 확장 이후 부산과의 교역확대 전망치를 내보이며 아시아나항공과 직항로를 개설키 위한 노력도 소개했다. 한인 교민 8만여명이 있는 텍사스주의 댈러스에 대한항공이 취항하고 있지만,한인 4만명인 휴스턴에도 항로를 열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휴스턴과 직항로를 개설하면,미국에서 최대 커뮤니티를 형성한 휴스턴의 베트남계 20만명이 모국 방문의 중간기착지로 이용할 것이니 인천공항에도 도움되지 않겠나. " 이렇게 인천공항의 허브 전략까지 거론한 제프 모세레이 휴스턴상의(GHP) 회장은 투자유치단을 구성,오는 8월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결국 지역경쟁의 시대를 미국 대도시들이 앞서 열어간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 자본을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려 애썼다. 인천공항이 베이징 서우두나 오사카 간사이 공항과 경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산항이 상하이항, 홍콩항과 허브 다툼을 하는 것도 지역경쟁의 연장이다.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로 자리잡아 페덱스 같은 국제 물류기업의 동북아 본부를 유치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일자리 1500개가 생긴다는 마당 아닌가.
국내에서 지역경쟁은 갈길이 멀어 보인다. 지자체들이 먼저 정치투쟁에서 벗어나 행정서비스로 경쟁해야 한다. 또 교육환경,생활여건으로 승부를 걸어 기업유치전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연구소를,대학을 유치해야 한다. 예컨대 성남시와 고양시는 서울 인구를 빼앗아가는 경쟁을 할 때다. 경남도와 전남도는 국내외 기업 영입경쟁에서 앞서야 살아남는다. 국가경쟁을 넘어 지역경쟁 시대에 어느 새 성큼 들어서 있다.
허원순 지식사회부장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