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9일 현행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금리 결정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강한 경계(strong vigilance)'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사용해 내달에는 금리를 올릴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ECB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 2009년 5월까지 7차례에 걸쳐 금리를 3.25%포인트 낮춘 뒤 23개월간 1%로 유지하다 지난 4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었다. 당시에도 트리셰 총재는 '강한 경계'라는 표현을 사용한 지 한 달 뒤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내달을 포함, 올해 최소 두 차례 정도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보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5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째 ECB의 목표치(2.0% 이하)를 크게 웃돌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에너지와 상품 가격 상승으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으며 통화 유동성도 풍부해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리셰 총재는 이와 함께 민간은행에 최대 3개월까지 자금을 무제한 공급하는 특별 조치를 적어도 연말까지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 유럽연합(EU)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3개국 은행들은 앞으로도 ECB 자금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영국중앙은행(BOE)도 이날 기준금리를 27개월째 0.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