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나타난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실로 비싸다. 한국의 사립대 등록금은 미국 일본 영국 등 조사대상 11개국 중 미국 다음으로 비쌌고, 국립대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국립대, 사립대 할 것 없이 등록금 인상 경주를 벌인 결과다. 최근 5년간(2006~2010년)만 따져도 물가는 16% 오른 데 비해 국 · 공립대 등록금은 30.2%, 사립대는 25.3%나 올랐다. 연간 등록금은 1000만원대까지 치솟았고 여기에 월세, 책값, 밥값, 교통비 등을 다 합치면 4년간 1억원에 육박한다. 물론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그에 걸맞은 수준의 교육과 졸업 후 보상이 기대된다면 감수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실한 대학교육을 생각하면 반값 등록금도 비싸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대졸자 전국 평균 취업률은 50%밖에 안된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절반의 대학은 비싼 등록금 받고 4년 후에 졸업장 한 장 달랑 주고 있는 꼴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는 기업들이 채용한 인력을 재교육하는 데만도 연간 3조원이 든다는 정도다. 기업들은 신입직원을 채용해 실무에 투입하기까지 재교육에만 1인당 6000만원, 평균 20개월을 투입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동안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는 데만 열을 올렸을 뿐 정작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는 방증에 다름아니다.

서울대 등 속칭 명문대도 다를 게 없다. 우수한 졸업생들을 길러내기보다 우수한 입학생들을 이용해 브랜드 장사를 해왔다고 하는 게 솔직한 진단일 것이다. 미국처럼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하겠다는 그럴 듯한 비전들을 제시하지만 교육도 제대로 못 시키는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으로 성공했다는 얘기를 우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소위 이름있는 대학들일수록 정치권 관가 등을 기웃거리는, 이른바 폴리페서들이 넘쳐나는 것만 보더라도 교육의 질은 짐작할 수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최근 "부실대학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을 계속 발표하고 기준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반값 등록금도 비싼 부실대학들부터 확실히 퇴출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