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중국 내에서 경기 논쟁에 불이 붙었다. 두 나라가 세계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이 경기논쟁 결과에 따라 국내 경기와 주가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이후 경제지표가 계속 부진하게 나오면서 작년 하반기 거세게 불었던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과 '소프트 패치(일시적 경기둔화)' 간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은 1분기 성장률과 단기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것을 계기로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분기 성장률과 단기지표 부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소프트 패치론'으로 3분기 이후 회복 국면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FRB가 올 성장률을 3.1~3.3%로 하향 수정했지만 1분기 성장률이 1.8%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3분기 이후에는 3% 이상 나와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국내 증시와 관련해 미국 경기가 '더블 딥'에 빠지느냐,아니면 '소프트 패치'로 갈 것인가 여부는 달러계 자금 등 외국인 자금 동향을 읽는 데 중요하다. 장기침체를 의미하는 '더블딥'으로 간다면 외국인들은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소프트 패치'로 가 미국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복귀한다면 외국인 자금은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중심국인 중국 경제는 현재 외연적 성장 단계에서 내연적 성장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외연적 성장 단계란 사회주의 국가들의 성장 초기 단계로 노동 등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을 통해 성장하는 국면,내연적 성장단계란 시장경제 도입 등을 통해 생산요소와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성장하는 단계를 말한다.

중국은 작년 초부터 당면한 '차이나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지급준비율,기준금리,재할인율 등 정책금리와 관련된 모든 정책을 동원해 왔다. 하지만 자산거품과 인플레를 잡기 위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강력한 긴축정책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8% 이하로 떨어지면서 중국 정부가 의도하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으로 중국은 한계상황에 이른 외연적 성장 단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기반을 둔 내연적 성장 단계로 빠르게 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노동 기여도는 2010~2015년 중 '제로(0)' 수준까지 떨어지고,2016년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분간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성장을 보완해 나가는 과도기를 거친 뒤 기술 발전,인적자본 향상,산업연관 관계 개선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이 성장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종전의 분업화 · 전문화 · 개방화를 통해 효율성을 중시하는 '스미스적 성장(Smithian growth)'보다 기술발전 · 혁신을 통한 '프로메스적 성장(Promethean growth)'이 중국 경제를 이끌어 나갈 전망이다.

중국 경제는 이미 국영기업 개혁과 세계 분업구조로의 편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됨에 따라 분업화 · 전문화 · 개방화를 통해 과거 성장을 주도했던 요인들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반면 기술 진보의 배경이 되는 인적자본의 질적 향상과 연구 · 개발 투자 확대,금융 등 경제 하부구조 발전이 생산성과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논쟁을 조합하면 네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최상의 시나리오인 △미국 경기 '소프트 패치'와 중국 경기 '연착륙',최악의 시나리오인 △미국 경기 '더블 딥'과 중국 경기 '경착륙',그리고 과도기 시나리오인 △미국 경기 '더블 딥'과 중국경기 '연착륙' △미국 경기 '소프트 패치'와 중국 경기 '경착륙'이 그것이다.

'네 가지 경우의 수'를 우리 경제와 증시에 적용해 본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로 갈 경우 경제성장률 4.5%,코스피지수 2400 이상이 가능해 보인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로 빠진다면 각각 3.5%,190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도기 시나리오로 간다면 성장률과 주가는 현 추세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주가를 비롯한 각종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3분기부터 미국 경기는 '소프트 패치'로,중국도 '프로메스적 성장'을 앞당기기 위해 선진국의 경험을 흡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착륙'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는 예측기관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세계 경기와 증시 앞날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