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암보험이 부활하고 있다. 암이 한국 성인의 사망 원인 1위로 꼽히면서 암보험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암보험 상품은 기존의 암 전용 보험에 비해 보장 내용이 대폭 줄어든 데다 보험금 지급 조건이 까다롭고 3~5년마다 보험료가 조정되는 갱신형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가입자들이 누리는 혜택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장 범위 크게 축소

작년까지만 해도 암보험 판매를 중단했던 보험사들이 올 들어 새로운 상품을 갖고 다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보장 금액은 기존 상품보다 크게 축소했다. 기존 암전용 보험의 경우 최고 보장금액이 대부분 1억원에 달했지만 신규 암보험은 이보다 30% 이상 적다.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A손해보험사의 암보험은 보장 내역을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였다. 또 변경 전엔 암진단 금액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기본 가입 금액을 1000만원으로 선택해도 됐지만 현재는 3000만원 이상을 선택해야만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B생명보험사의 암보험도 지난 4월부터 여성들 사이에 발병률이 크게 늘어난 갑상샘암의 보장액을 기존 15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축소했다. 경계성종양의 보장 금액도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절반 줄었다.

주계약으로 보장되던 것을 특약으로 바꾼 경우도 있다. C생보사의 암보험은 사망을 비롯해 80% 이상 장해를 입으면 보상금 지급 후 계약을 소멸할 수 있게 했지만 최근 사망 때에만 계약 소멸로 인정되도록 변경됐다. 계약 소멸 사유에서 제외된 80% 이상 장해 시에는 별도의 고도장해특약을 통해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암진단 주기 따라 보험금도 달라

신규 암 전용 보험은 기존의 3단계(고 · 중 · 저)에서 보완 대체요법 비용,보호자의 시간 손실 등 암으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해 암 종류에 따른 보장 비용을 4~5단계로 세분화했다. 앞으로 소비자의 데이터베이스(DB)가 쌓이면 암 종류에 따른 보장 비용은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암에 걸려도 보험금을 받기가 더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가입자에게 유리한 비갱신형 암보험은 찾기가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비갱신형은 납부 만기 때까지 매달 똑같은 보험료만 내면 되지만 갱신형은 위험률에 따라 보통 3~5년 주기로 보험료가 달라진다. 암 조기 진단율과 암환자 증가세를 감안할 때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 비갱신형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똑같은 보험금을 보장하면서도 보험사 간 보험료는 최고 40%의 차이가 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보험사별로 손해율과 사업비가 차이가 나고 보장 내역과 환급금도 다르기 때문이다.

김창호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같은 보험상품이 새로운 버전으로 나온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퇴보한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며 "보험사들은 상품을 계속 판매하기 위해 예전 상품보다 보장 내용을 축소해 만들고 마케팅 차원에서 더 발전된 상품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