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법론 없는 복지약속은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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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ㆍ재정 뒷전…경제파탄 초래
노동시장 유연화로 고용 늘려야
노동시장 유연화로 고용 늘려야
정치권은 복지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민생이 왜 어려워졌는지에 대한 천착이 없고,또 이를 해결할 구체적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의 정치권 복지 약속은 허구가 될 수밖에 없다. 민생고를 해결하는 길은 국민이 일하고 소득을 벌어들이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야당은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반값 대학등록금 등으로 정치세일을 하고 있고 여당도 지난 4 · 27 재 · 보선에서 참패하자 뒤따라가고 있다. 분배와 복지문제에 치중하고 물가,성장,재정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면 얼마 있지 않아 실업대란과 세금폭탄 사태가 닥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주도하는 경제 패러다임으로 가난에서 벗어나고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꿀 만큼 잘살게 됐다. 그러나 이런 경제 패러다임은 세계화가 본격화되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수출을 늘려서 경제성장을 하더라도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권은 성장이냐 복지냐,증세냐 감세냐 등의 이분법적 논쟁만 벌였을 뿐 성장과 복지를 아우르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찾지 못했다.
세계화 속에서 성장과 복지를 양립시키려면 국민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소득을 높이는 인적자원 주도형 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노동생산성과 고용률을 제고해 1인당 국민소득을 높이는 데 있다. 선진국일수록 노동생산성이 높고 일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 취업자의 비율인 고용률도 높다. 또한 선진국일수록 직업의 종류가 많고 고용행태가 다양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고용률이 올라가고 소득도 증가한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고용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노동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 임금 및 고용관행을 유연화시키고 동시에 실근로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고용을 늘려야 한다. 그동안 노사관계 불안 때문에 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데 인색하고,경기가 좋아져도 근로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한 반면,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 데 이런 관행부터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인적자원 주도형 경제패러다임의 성패는 노동시장의 공정질서 확립에 좌우된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의 고용 기회를 공정하게 만들어야 고용률이 올라간다. 채용과 승진 등을 위한 경쟁이 공정한 조건에서 이뤄지며,자신의 노동에 대해 보상을 공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생산성이 올라간다. 또한 시장기능이 작동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보호와 지원 서비스도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만들어야 고용률과 생산성이 높아진다.
공정노동질서를 확립하려면 정부가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으고 최저한의 기준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정거래정책을 강화해 대기업이 하청관계 등을 이용해 중소기업과 불공정한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면서,동시에 공정노동정책을 도입해 인건비 상승의 부담을 비정규직과 협력 중소기업에 부당하게 전가하거나,노동조합 계파의 문제가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하거나,취업의 진입장벽이 구직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성장과 복지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진지한 자세와 인적자원 주도형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가 절실한 때다.
김태기 < 단국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