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 간극 커지며 상대적 박탈감도 상승"
"한국 사회 자체가 자살률 높아..연예인만의 문제 아냐"

연예계에서 1년 만에 또다시 자살 사건이 터졌다.

지난해 6월 한류스타 박용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돼 한국은 물론 일본열도를 슬픔에 빠뜨린 데 이어 11개월 만인 27일 또 한 명의 한류스타인 그룹 SG워너비 출신의 가수 채동하가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에 앞서 나흘 전에는 야구계에서 이름을 알렸던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송지선이 자택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연예계는 연이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들의 자살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특히 채동하의 경우는 유족이 부검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원인을 말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그러나 경찰과 고인의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채동하와 송지선 모두 평소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는 역대 자살 연예인들의 경우와 상당 부분 흡사하다.

인기의 부침에 따른 불안감과 외면받았을 때의 괴로움, 화려한 무대 뒤 쓸쓸함에 더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까발려지는 고통과 스트레스가 적지않은 연예인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연예매니지먼트협회 홍종구 부회장은 "언젠가부터 안되면 아예 묻히고 잘되면 거품과 함께 마구 포장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성공과 실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예전에 비해 훨씬 커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인기그룹 노이즈 출신인 홍 부회장은 "나 역시 경험한 일이지만 신곡을 내거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에 앞서 연예인은 늘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이다.

벼랑에 발가락 끝만 걸치고 있는 느낌"이라며 "이게 안되면 내 인생은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극단적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면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하지만 인간관계의 폭이 넓지 못한 연예인은 그런 불안한 상황에 몰렸을 때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연예인들의 자살이 이어지자 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현재 상담기구 설치를 준비 중이다.

홍 부회장은 "현재 협회 차원에서 상담기구를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라며 "비극적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연예인이 소속사나 주변 사람들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한다.

끊임없는 대화와 상담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자살을 연예계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에도 무게가 실린다.

한국 사회 자체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최고수준인 상황에서 연예계에서만 자살이 잇따른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예계 자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기본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사안이 있는데 그것은 대한민국의 자살률 자체가 높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그러나 사람들은 평소에 이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유명인이 자살하면 그것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람들은 '연예인 정도면 나름대로 잘사는 사람일텐데 왜 자살할까'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삶과 대비시키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자살이 연예계에서만 특별히 많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연예인의 자살이 일명 '베르테르 효과' 등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연예인의 자살은 문제가 생겼을 때 자살이 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사회적 통념을 확인시켜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