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보스니아 내전의 특급 전범 용의자인 라트코 믈라디치가 체포됐다.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라트코 믈라디치가 오늘 오전 정보당국(BIA)과 전범추적대의 작전에 의해 세르비아에서 체포됐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믈라디치는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의해 수배 중이었다.현지 B92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믈라디치가 가명을 사용하는 것 말고는 수염을 기르는 등의 다른 위장술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B92 방송은 “그는 그의 친척집에서 검거됐으며 한쪽 팔이 마비됐고 상당히 노쇠한 모습이었다”며 “체포 당시 그는 저항하지 않은 채 매우 순종적이었다”고 전했다.

믈라디치는 이날 오후 정보당국 차량편으로 수도 베오그라드 특별법정으로 이송됐다.특별 법정이 헤이그 소재 ICTY로 송환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세르비아 정부 대변인은 “ICTY와의 전범 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절차를 거쳐 믈라디치가 최장 7일 내 ICTY로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스르푸스카 공화국(RS)군사령관이던 믈라디치는 스레브레니차에서 이슬람계 주민 8000명을 학살하는 등 이른바 인종청소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으나 잡히지 않았었다.그는 고란 하지치와 더불어 보스니아 내전 특급 전범 중 잡히지 않은 두 ‘거물’로 분류됐다.세르비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믈라디치에 대한 현상금을 100만유로에서 1000만유로로 높이는 등 그의 검거에 노력했으나 세르비아 내 추종세력이 그를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세르비아가 믈라디치를 검거함에 따라 세르비아의 EU 가입 협상도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세르비아는 2009년 12월 EU 가입 신청서를 정식 제출했으나 EU는 믈라디치가 체포되지 않으면 가입 협상에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스테판 풀레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위한 커다란 걸림돌이 제거됐다”며 “세르비아가 국제사회에 대한 중요한 의무를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보스니아 내전 특급 전범 중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당시 세르비아 대통령은 2000년 친 서방 세력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된 뒤 전범 혐의로 ICTY에 인도됐다가 2006년 수감 중 사망했고 세르비아계 지도자였던 라도반 카라지치도 10여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지난 2008년 7월 체포돼 현재 ICTY에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