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의 주식 상장(IPO)이 시들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각종 규제와 비용 때문에 미국보다는 해외 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선호하는데다 미국 증시의 상장기업 간 인수.합병(M&A)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로 인해 기업들이 각종 규제를 감수하면서 주식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기보다는 금융권 대출을 선호하고 있는 점도 상장 기업 수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식 상장 건수는 최고 수준에 달했던 지난 1997년보다 43%나 급감한 반면 미국 이외 지역의 상장건수는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해외에서는 특히 홍콩과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국 시장이 급격한 증가세를 주도했다.

컨설팅업체 캐피털 마케츠 어드바이저리 파트너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래 미국의 연평균 IPO 건수는 156건으로 지난 1990년대보다 71%가 감소했다.

과거엔 미국의 벤처기업들이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경우 주식의 상장을 모색했었지만, 최근엔 비용이 저렴한 해외 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애틀 소재 정수.살균제 업체 헤일로소스는 작년 가을 런던증시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는데 비용이 8천600달러에 불과해 나스닥의 상장 수수료 2만7천500∼9만9천500달러나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3만8천∼50만달러보다 크게 저렴했다.

리서치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래 미국의 74개 기업이 해외 증시에 주식을 상장해 131억달러를 조달했다.

정보기술(IT) 부문에서 활발한 M&A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IPO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스카이프와 빅픽스 같은 IT업체들이 상장을 준비하다가 IT업계의 대형업체들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은 이런 추세를 보여주는 사례다.

NYSE 유로넥스트의 던컨 니더라우어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인터뷰에서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IPO의 절정기는 지나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독일증권거래소와 합병을 추진해왔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업체인 스케일 벤처 파트너스의 공동설립자인 케이트 미첼은 "우리는 미국 경제를 수십 년간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됐던 `생태계(Ecosystem)'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