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A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황종원 씨(45)는 내달 갱신을 앞두고 보험사가 제시한 보험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험료 인상폭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황씨는 "많아야 5%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10% 이상 더 부담하게 됐다"며 "가뜩이나 요즘 물가가 급등해 생활이 팍팍한데 보험료마저 올라 재가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부담 급증

보험사들이 6월부터 실손의료보험료를 10~15% 올리기로 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가입자 연령대별로 한 달 보험료가 적게는 5000원부터 많게는 2만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45세 남성이 3년 전에 상해 · 질병 의료비 3000만원,통원 의료비 10만원,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1000만원,하루 입원비 1만원,상해사망 및 80% 이상 후유장해 5000만원,질병사망 5000만원을 보장하는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내달부터 보험료가 9만7400원에서 10만9500원으로 12%가량 인상된다. 50대는 인상폭이 15%에 이른다.

실손의료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은 보험 기간이 3~5년인 갱신형 상품이어서 만기가 되면 연령에 따른 위험률이 다시 적용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에 주로 포함된 질병 관련 보장은 가입자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져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해율 상승도 보험료 인상 원인

실손의료보험료가 당초 예상보다 더 인상되게 된 데는 손해율 상승 탓도 크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0% 안팎으로 잡았지만 가입자의 의료기관 이용이 늘면서 실제 손해율이 80%를 훨씬 넘어 적자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1명당 의료기관 방문 일수가 늘면서 치료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며 "실손보험에 반영되는 인상률은 매년 1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갱신 대상자 400만명

손보업계는 갱신 시점이 되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연간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10월부터는 보험 가입 금액의 90% 내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만 출시됐지만 그 이전에는 100%를 보장하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어 많이 팔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가입 때부터 갱신 시기가 되면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지만 막상 보험료가 올라가면 불만을 제기하는 가입자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보험사들에 인상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인상폭은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설계사들은 내달부터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점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이달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며 '절판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기존 계약자만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일 뿐이어서 신규 가입자의 보험료는 같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가입액 한도 내에서 보장하는 상품.사소한 질병부터 중대한 질병이나 상해사고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쓴 치료비의 90%가 보험금으로 지급된다. 2009년 이전에는 80% 또는 100%를 보장하는 보험이 판매됐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