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정하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까지 진입하지 못하게 막을 모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지만, 공정거래법 아닌 중소기업법에 따라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도 모자라 중견기업까지 중소기업의 적으로 돌려세우는 꼴이니 기업의 규모에 따라 시장을 잘게 분할해 기업별로 손바닥만한 생태계의 식물원을 만들고자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번 중기는 영원히 중기로 머물러 살라는 피터팬의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과도 같다.

중기를 종업원 300인 미만의 기업으로 규정하더라도 실제 보호할 기업은 어떤 업종과 품목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기라고는 해도 시장 규모가 작고 업체 수가 적은 업종과 품목일수록 그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는 이런 기업들을 제외하려면 수천개의 업종과 수만개의 품목을 세세하게 나열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동반성장위는 풀무원처럼 중기부터 시작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곳의 일부 품목은 진입규제의 예외를 두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예외를 적용할 중견기업을 정하는 기준이나 규제대상으로 정할 시장의 규모와 점유율 등 객관적 기준들을 모두 규정하려면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다.

기업생태계는 너무도 모호해서 객관적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고 품목, 업종,업태,규모,성장 과정,시장상황,경쟁구도 등을 모두 규정하기란 당초 불가능하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입을 최장 6년간 막는 보호기간을 4~5년으로 줄여주겠다는 특정 업종의 선정, 3년 후 보호대상 중기를 재지정하는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세세한 분류기준과 예외 조항을 일일이 규정집으로 만들자면 웬만한 도서관 하나는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대기업 이익을 납품 중기와 나누라는 초과이익 공유제, 전체 상장회사를 지배하에 두겠다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부실대학도 국고로 지원하려는 반값 등록금 등도 엄정한 기준과 예외를 규정하는 구체적인 규정을 만드는 작업이 복잡하기는 비슷하다. 결국 이런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더 필요하고 일은 넘쳐나고 국민들은 세금을 더 내는 이상한 나라의 바보들 짓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손대지 않아도 될 일을 억지로 개입하려다 보니 실무자들은 헛고생만 죽어라고 하고서 결국은 부작용만 양산한 끝에 몇년 뒤엔 없던 일로 되고 말 일들이다. 애꿎은 세금은 축나고 논란은 증폭된다. 지금 더 무서운 것은 '정부의 실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