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부품 훼손…경찰 "목격자도 증거도 없는 상황"

20명이 다친 서울 행당동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폭발 사고가 발생 9개월이 넘었지만 경찰 수사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4일 사고를 수사중인 성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중요한 단서인 연료통 부품이 폭발로 심하게 손상돼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수가 없는 데다 처벌 근거 조항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용기를 둘러싼 복합재가 외부 충격에 균열이 생겼고 가스 밸브의 작동 불량 등으로 폭발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국과수의 감식은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한데다 사고가 버스회사의 정비 불량에서 비롯됐는지, 용기 등 부품에 원래 하자가 있었는지를 명확히 가리는 데는 충분치 않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특히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에 가장 중요한 단서인 가스 밸브가 폭발로 모두 심하게 파손됐다는 점이 수사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당시 연료통 폭발 원인을 분석한 국과수 연구원은 "여러 가지 가능한 원인을 추정해 보았을 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하나, 밸브 오작동이다. 그러나 당시 수거한 밸브가 모두 파손된 상태여서 생산할 당시 이미 문제가 있었는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른 연구기관 6곳에도 원인 규명을 의뢰했지만 국과수의 감식 결과보다 더 진전된 결론은 아직 얻지 못한 상태다.

버스회사의 정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형사 처벌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행법상 버스회사가 연료통을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한다는 등의 '업무상 주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없어 해당 업체에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말부터 CNG 버스에 대해 3년마다 연료 용기 탈착 정밀검사를 하는 제도가 시행되지만 지난해 사고 당시에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상 차량 출고시 CNG버스 연료 용기를 한 차례 점검하도록 하는 것이 전부였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이 흉기에 다쳤는데 본 사람도, 증거도 없는 상황과 똑같다. 책임을 질 사람이 없고 처벌할 수 없으니 결국 무혐의로 끝날 수 있다"며 내사 종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