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애플 아마존 월마트 등 최근 세계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들 기업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고,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소비자들이 새로운 구매 습관과 소비 행태를 갖도록 유도한다.

MS는 단순히 컴퓨터 운영체계를 만들어낸 회사라서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니다.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에 컴퓨터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제공했다. 소비자들에게는 윈도를 구입할 경우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구입할 수 있고,다른 사용자와의 호환성도 높다는 믿음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MS는 윈도라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해 줬고,이것이 MS가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아이폰과 아이튠즈를 출시하기 이전 많은 프로그램 제작업체들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이후에도 휴대폰별로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구현될 수 있도록 일일이 변형해야 했다. 휴대폰의 기능과 크기,환경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제작업체들은 이런 변형 과정에서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돼 수익률을 떨어뜨렸다. 이런 이유로 공급자는 자신들의 제품을 원활히 판매할 수 있는 확실한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제품 개발을 주저했고,소비자나 휴대폰 제조업체 역시 휴대폰은 전화 거는 용도 이외에 몇 가지 추가적인 기능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애플은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원활하게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아이폰을 전화 이외에 다양한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었다.

이들 기업은 어떻게 이런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이미 제품을 통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된 구글의 신제품 '크롬북'에서 엿볼 수 있다.

구글은 크롬북을 출시하면서 앱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해 크롬 웹스토어에서 판매할 경우 수수료를 5%만 떼기로 했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30% 수익 배분을 시작한 뒤 거의 대부분 이 방식을 따라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파격적인 수준이다.

구글은 앱 개발자들에게 크롬북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판매한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크롬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다시말해 시장에 다양한 매장이 유치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 주었다. 이로 인해 크롬북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확보된다면 크롬북의 유용성과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구글은 많은 소비자가 크롬북이라는 신규 시장에 찾아오기 쉽도록 배려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삼성이 만든 크롬북은 429달러 모델과 489달러 모델만 있다. 에이서 크롬북도 349달러의 저가 모델이다. 기업이나 학교에서 크롬북을 구입할 경우 20달러가 조금 넘는 금액에 크롬북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저가 정책으로 많은 사람에게 크롬북이 공급되면 번화가가 형성될 것이다. 이왕 장사하려면 사람이 많은 곳에 물건을 내놓고 팔아야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것처럼,앱 개발자들 역시 크롬북의 보급이 늘수록 앱 개발에 열을 올릴 것이다. 이는 다시 크롬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게 만들고,크롬북의 가치를 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준다.

21세기 최고의 기술력이 투여된 제품들이 살아남은 비결은 고도의 기술력이 아니라 인류가 오래 전부터 이용해 온 시장의 원리에 있다는 점이 놀랍다. 뛰어난 기술력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그 기술력이 오랜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을 통해서 시장을 형성하려고 했던 기업들의 관점을 배워야 한다.



박정호 유비온 선임연구위원 · TESAT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