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에 공권력 투입] 태업ㆍ파업 매년 되풀이…회사 압박해 '타임오프'도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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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 자초한 유성기업 노조의 '무리수'
전임자 7명 유지 합의했다 노조법 위반 입건
납기일 쫓기는 약점 악용에 사측 번번이 '무릎'
전임자 7명 유지 합의했다 노조법 위반 입건
납기일 쫓기는 약점 악용에 사측 번번이 '무릎'
한국 자동차산업을 순식간에 '올스톱' 위기로 몰아넣었던 피스톤링 생산업체 유성기업 노조의 불법 파업이 24일 공권력 투입으로 해결 수순을 밟고 있다.
7일째 이어진 유성기업 노조와 강성 외부 세력의 충남 아산공장 점거 파업은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한 곳이 멈춰설 때 자동차산업 전반에 가져올 파장과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를 일깨워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무엇보다 민주노총 등 강성 노동세력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취약점인 협력사 노사관계를 집중 겨냥해 모기업을 우회 공격할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일본 대지진도 피한 한국의 자동차 서플라이 체인이 이른바 '협력사 리스크'에는 무방비였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속전속결식 해법 왜 나왔나
유시영 유성기업 사장은 공권력 투입전인 이날 오후 1시께 공장 안으로 들어가 1시간50분여가량 노조 집행부와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노조 집행부는 민 · 형사상 책임 문제 등에 회사 측이 최대한 협조해주면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전환이라는 핵심 요구사항을 모두 철회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 협상이 깨진 뒤 곧이어 이날 오후 4시께 공권력이 투입됐고 경찰은 피스톤링 공장과 정문 앞에서 농성 중이던 노조원과 외부 지원세력을 큰 물리적 충돌없이 해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불법 파업을 서둘러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여론도 불리하게 돌아가자 노조 집행부가 크게 흔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집행부내 계파간 의견 대립도 파업 강도를 약화시킨 또다른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주요 산업전반에 연쇄적으로 미칠 영향이 워낙 커 법과 원칙에 따라 공권력을 신속히 투입,불법 파업을 마무리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오프도 무력화한 유성기업 노조
공장 불법 점거 농성을 벌인 유성기업 노조의 투쟁성은 정평이 나 있다.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노조전임자 협상에서도 회사를 압박해 법정 한도를 어겨 기존 전임자 7명을 모두 유지키로 합의했다가 지난 2일 노조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번주 중 검찰 수사지휘를 받아 노조 관계자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유성기업 노사는 지난해 단체협상에서 유급으로 인정되는 타임오프 전임자 수를 기존 7명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유성기업은 노조원이 566명이어서 타임오프 전임자는 최대 3명까지 둘 수 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유성기업에 전임자 수를 3명으로 줄이도록 단체협약 시정 명령을 내렸다.
유성기업 사용자 측은 수용키로 했으나 노조는 불응,노조만 형사 입건했다. 현행 노조법은 타임오프제를 위반한 사용자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가 법정 한도를 넘는 수준으로 타임오프 전임자를 합의했더라도 법정 한도 내 전임자를 두려는 개선 의지를 보이면 처벌받지 않는다.
회사 측 관계자는 "노조가 기존 전임자 7명을 모두 인정하라며 압박하는데 거부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유성기업은 부품 납품기일을 지키지 않았을 때 완성차 회사에 물어야 하는 페널티 때문에 집단행동이란 칼을 쥐고 밀어붙이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파업 밥먹듯 하는 협력사 리스크
유성기업 노조는 매년 파업을 벌이며 회사 측을 압박,평균 9% 이상의 임금을 인상시켜왔다. 유성기업 노조는 전면파업보다는 태업과 부분파업으로 회사 측을 몰아붙인다.
기일 내에 발주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지 않으면 하루 18억원의 페널티를 물어야 하는 회사 측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해 매년 평균 9%가량의 임금을 인상시켜왔다. 회사 측 관계자는 "노조는 매년 부분파업 등을 통해 회사를 압박했고 발주회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회사 입장에선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성기업 노조의 투쟁 행태는 태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엄기한 노조사무국장은 "매년 교섭이 안 풀리면 관행적으로 조합원 스스로 태업을 했다. 조합원들에게 지침을 내린 게 아니다"라고 말해 노조의 투쟁 상태가 어떤지를 가늠케 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