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잘 알려진 박맹우 울산광역시장(59)이 최근 성진지오텍 (회장 전정도 · 52) 울산 2공장을 찾았다.

성진지오텍은 울산의 향토 종합에너지 플랜트 전문기업으로 지역경제 발전의 한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장이 자리한 곳은 전 회장이 태어난 개운포(開雲浦) 고향마을 인근으로 한가롭던 바닷가 마을이 지금은 초대형 플랜트 단지로 변모했다. 전 회장은 공장 뒤로 훤히 내려다보이는 개운포 바다를 가리키며 "울산에 초대형 플랜트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부두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제품의 해상 운송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여건 개선을 박 시장에게 주문했다.

박 시장은 "작은 볼트 너트 제조업체에서 굴지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는 회장님 같은 분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기업을 섬기는 마음자세로 시정을 펼쳐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전 회장=개운포는 제 고향인데,시장님은 개운포가 어떤 인상으로 와닿는지 궁금합니다.

▼박 시장=저는 이곳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다운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어린시절 친구들과 함께 개운포로 자주 놀러오곤 했습니다. 지금은 공장부지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개운포는 울산 최대의 관광명소였죠.관광버스가 줄을 이었고 멀리 보이는 처용암 주변에는 자연산 미역과 전복 조개 홍합 장어 등 없는 게 없었습니다. 이제 그런 풍경은 사라졌지만 성진지오텍 같은 기업들이 이 일대를 공장부지로 활용하는 걸 보면 신라 때 왜 이곳이 국내 최대 국제 무역항으로 자리잡았는지 이해가 갑니다.

▼전 회장=여기에 공장이 많이 들어선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육중한 무게의 플랜트를 쉽게 옮기려고 하니까 육로보다는 해상로를 택하게 되고,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다 근처 공장부지가 품귀현상을 빚게된 겁니다. 성진지오텍도 창업 이후 규모가 커지면서 바다쪽으로 공장부지를 확보하기 시작했는데,자금 여건에 따라 공장부지를 하나씩 구하다 보니 지금은 5개 공장이 모두 떨어져 있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생산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진리 5공장의 경우에는 바다 수심이 5m에 불과해 오일샌드 등 초대형 플랜트 장비를 해상으로 이동하는 데도 많은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수심이 최소한 15m 이상은 돼야 하고 부두 폭도 확장이 필요합니다.

▼박 시장=기업경영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가 갑니다. 2002년 울산시장에 당선된 후 울산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조선 블록 공장부지를 구하지 못해 포항과 영암에서 공장부지를 확보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을 때 그땐 정말 시장으로서 낯 뜨겁고 암담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지역 기업이 공장부지가 없어 울산을 떠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장생포 주민들을 설득해 주민공원을 현대미포조선의 조선블록 공장으로 제공한 것이나 부지난에 시달리던 현대중공업을 위해 SK를 설득해 용연동에 있는 SK부지 33만㎡를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도록 한 것은 기업들은 물론 시민들을 위해서도 참 잘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전 회장=시장님은 사실 시민들에게 죽음의 강 태화강을 연어가 되돌아오게 한 1급수의 하천으로 바꾼 태화강 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인들에게는 친기업 시장으로 더 인기가 높습니다. 점수로 하면 200점을 주고 싶은데요.

▼박 시장=더 열심히 하라는 말로 듣겠습니다. 사실 저렴한 공장부지 확충 등 친기업 시정을 지속적으로 펴다 보니까 주변에서 말들이 많아요.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느니,일부 사회단체는 '부자도시에 무상급식 예산은 제로'라는 비판까지 쏟아낼 정도입니다. 하지만 울산의 1인당 개인소득이 4만달러가 넘는 세계적 부자도시로 발돋움한 핵심 원동력은 분명히 기업에 있습니다.

울산에서 왕성한 기업활동을 통해 고용이 창출되고 여기에서 생성된 자금이 시중에 선순환되니까 그만큼 시민들의 삶이 윤택해졌다고 봅니다. 만약에 제가 인기에 영합해 기업지원 정책보다는 전면적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에 올인했다면 3.3㎡당 100만원 안팎의 공장부지를 과연 울산에서 구할수 있을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