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시장, 방영기간에 청구 엄포

영국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29만 파운드(한화 약 95억원)짜리 `빚 독촉'을 받게 생겼다.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24일부터 26일까지 방영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주영 미국대사관 직원들이 체납한 도심 혼잡통행료 529만 파운를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존슨 시장은 지난 21일 BBC 런던 라디오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의 전채 요리 접시가 치워지기 전에 청구서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기회가 되면 그에게 미국이 내야 하는 혼잡통행료 금액을 상기시키겠다"고 말했다.

존슨 시장은 "미국이 런던에 대표를 머물게 할 생각이라면 도로 운전에 따른 비용을 물어야 한다"면서 "혼잡통행료는 세금이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따른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평일에 런던 시내에 진입하려면 하루 10파운드(약 1만8천원)의 혼잡통행료를 내야 하는데 미국, 러시아, 일본 등 몇몇 대사관들은 이를 거부해왔다.

이들은 혼잡통행료는 직접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외교관의 면세 특혜를 들어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체납액은 미국 529만 파운드, 러시아 441만 파운드, 일본 365만 파운드, 독일 349만 파운드, 나이지리아 270만 파운드, 인도 188만 파운드, 수단 160만 파운드, 가나 154만 파운드, 폴란드 149만 파운드, 스페인 125만 파운드 순이다.

주영 미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주차 및 속도위반에 따른 벌금을 내는 등 영국의 법을 양심적으로 지키고 있다"면서 "런던시가 2003년에 도입한 혼잡통행료라는 것은 직접세이기 때문에 1960년 외교관의 직접세 면세를 규정한 협약에 따라 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런던교통국은 이에 대해 "런던에 주재하는 대사관의 3분의 2가 혼잡통행료를 내고 있는데 독촉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들만이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인 출신인 존슨 시장은 2009년 5월 런던시장 선거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 3선에 도전한 당시 집권 노동당의 켄 리빙스턴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으며 튀는 행동을 자주 해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