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비자금 용처 추적, 로비창구 브로커 영장
정창수 前차관 2억 인출…"만기도래" 해명

수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저축은행 관련 의혹에 일부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나타나고 로비를 시도한 금융브로커 등이 검거되면서 검찰 수사가 감독기관을 넘어 정관계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와 임원들이 차명 대출로 빼내 조성한 수백억원대 비자금 중 일부를 금융당국과 정치권 로비에 사용한 정황을 포착, 관련 은행계좌 등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검찰은 차명으로 된 대주주 등의 은닉재산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정관계 로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금융 브로커 윤모씨를 지난 17일 전격 체포해 구체적인 로비 경위 등을 캐고 있다.

검찰은 윤씨가 부산저축은행그룹 실세로 알려진 김양 부회장의 측근으로 120개의 위장 특수목적법인(SPC)을 동원한 4조5천억원대의 불법대출과 분식회계 등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부동산 개발사업 인허가나 부지매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외로비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는 전날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검찰은 윤씨를 상대로 로비 대상을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인 다른 저축은행들에도 고위관료 출신 인사 등이 사외이사, 감사 등으로 등재돼 활동해온 점에 무게를 두고 이들이 로비 역할을 맡았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해저축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광주지검은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의 장본인인 이용호(수감)씨가 이 은행에서 거액을 대출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를 서울구치소에서 광주교도소로 이감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천억원에 가까운 불법대출을 저지른 삼화저축은행의 대주주로 정관계 인사들의 로비창구 역할을 해온 의심을 받는 금융브로커 이모씨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예금 특혜인출 의혹에도 고위급 인사가 관련된 정황이 드러나 경위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 16일 사의를 표명한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이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에 본인과 가족 명의로 분산 예치했던 2억여원의 예금을 금감원의 영업정지 방침이 정해진 지난 1월25일 이후 인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인출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정 전 차관이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의 영업정지 결정에 관한 사전 정보를 입수해 예금을 인출했는지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전 차관은 "지난 2월 초 정기예금 만기가 돼 찾았을 뿐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에 관한 정보는 사전에 들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사전에 영업정지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큰 고위층 예금인출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4천여명에 달하는 5천만원 이상 고액인출자와 차명 예금주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나확진 기자 abullapia@yna.co.kr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