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구리왕' 차용규 씨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사상 최대인 7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추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카자흐스탄의 구리 채광 · 제련 업체를 매각해 1조원의 차익을 남긴 차씨에 대해 역외탈세 혐의를 적용,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차씨는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다 2004년 삼성물산으로부터 카자흐스탄의 구리 채광 · 제련 업체인 '카작무스' 주식을 1억달러에 사들인 뒤 이 회사가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자 지분을 매각,1조원의 차익을 남겼다.

특히 차씨는 카작무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놓고 이를 통해 국내 호텔 · 백화점에 투자하고 전국 곳곳의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2008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의 부자 1000명'에 이름을 올렸고,국내 8대 부자에도 등극했다. 국세청은 차씨가 카작무스 지분 매각으로 번 1조원대 소득에 대한 역외탈세 혐의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국내 부동산 투자 탈세 여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 대상 금액은 1조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최고 70%의 세율을 적용해 70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현동 국세청장은 올해 초 대자산가 등이 해외로 거금을 빼돌리는 행위를 뿌리뽑겠다고 선언하고 역외탈세 전담기구를 본격적으로 가동한 바 있다. 국세청은 최근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게 사상 최대 규모인 41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